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OVEOFTEARS Dec 29. 2020

영화 <하모니>를 보며 느낀 공동체

영화 <하모니, 2009> 포스터. 출처 = 네이버 영화




이틀 전이었던 늦은 주일 저녁에 EBS에서 영화 <하모니>를 방송했다. 이전에 본 듯했지만 굵직굵직한 장면들이 기억에 생소한 것으로 보아 처음 본 것이 맞았다. 게다가 처음부터 각 잡고 보게 된 것도 아니다. 그저 무심하게 리모컨을 들고 이리저리 돌리다 보게 된 영화다. 무슨 사연에서인지 교도소에서 아이를 낳은 듯 보이는 정혜. 그러나 현행법상 18개월이 지나면 아이를 키울 수 없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은 아들 민우를 입양 보내야 한다. 해서 그녀가 낸 묘안이 있다. 그건 민우가 훗날 18개월이 되어 본인의 곁을 떠나기 전에 교도소 내 동료 수감자들과 함께 합창단을 결성해서 좋은 성적을 내면 하루만이라도 특박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딜(?)을 한 것.



웬 합창단이냐 싶지만, 사실 그녀의 이 같은 깜찍한 제안의 배경에는, 일전에 교도소 내에서 합창단 공연을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에 정혜는 큰 감동을 받았다. 한 가지 함정은 정혜는 완벽한 음치라는 것. 들어주기 힘들 정도의 가창력이다. 이러나저러나 한 번 내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순 없는 노릇. 아무리 속 마음들은 본디 천사가 따로 없을 정도로 선한 모범수인 그녀들이라도 중범죄를 저지른 그녀들의 성질은 무시하지 못한다. 서로가 살아온 날과 여건, 교도소에 들어온 이유도 제각각인 사람들이 한 마음이 되어 조화를 이뤄야 하는 합창단이 가능할지 미지수였다. 그리고 내가 보기에는 그중에서 역할상 빼어난 실력자는 그래 봐야 둘셋 정도!? 나머지는 별로였다. 그런 오합지졸 합창단의 파트를 나누고 한데 모으는 이는 사형수이자 전직 음대 교수 문옥. 영화는 사실 정혜와 정혜의 아들 민우, 그리고 지휘자 문옥. 이렇게 3인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그런데 그렇게 합창단의 멤버가 모아지고, 연습하면서 티격태격도 하고, 음치들이 비로소 노래를 하는 기적과도 같은 모습을 보면서 이상하게도 난 공동체를 떠올렸다. 합창은 노래를 잘해야 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그것이 제1의 목적은 아니다. 각자의 역량을 스스로 깨닫고, 낄 때는 끼고 빠질 땐 빠질 줄 아는 미덕이야 말로 합창의 제1 요소다. 아무리 자신이 뛰어난 소리를 지니고 있어도 나설 때와 물러날 때를 모르면 그 노래는 어그러지게 되어 있다.



그런데 보통은 누구랄 것도 없이 자신을 드러내기에 급급한 것이 세상사 아니던가. 또 굳이 드러내려고 급급하진 않는다 하더라도 완벽한 모습만을 추구하는 사람도 있지 않는가.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완벽 추구의 모습은 내 안에 늘 가득하다. 겉으로 보기에도 그렇고 자세히 내면을 들여다봐도 완벽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 이상향만 높게 잡아 스스로를 피곤하게 하는 꼴이다.



지나친 완벽주의는 정신 건강에도 좋지 않지만, 홀로는 절대 살 수 없는 이 세상에서 도움의 손길을 뿌리치는 것과 같다. 나를 돕고자 하는 이들에게 도움을 받고 고마움을 표하는 선행을 베풀어 보자. 그리고 내 주위를 오롯이 감싸는 이들에게 보이는 부족함… 그것이 수면 위로 나타난다 하여 나약한 게 아니다. 그리고 그 광경 목도하고서 손가락질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도리어 빈 구석 보여줬다며 고마워하면서 가깝게 느낄지 모른다.



사실 말처럼 되진 않는다. 나도 언행과 실제는 다른 노선을 탈 때가 많으니까. 하지만 진짜 공동체. 좋은 공동체의 모양은 약할 때 두터움으로 감싸는 것. 슬플 때 더 큰 소망으로 기도하는 것! 그것이리라.



코로나19 때문에 위축됐을 모두가 그려지는 밤이다. 원거리에 있든 근거리에 있든 심지어는 1년이 다 지나도 연락 조차 없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들 모두는 나름대로 힘들었을 터 그들에게 수고하셨다는 말을 전한다. 다만 이런 미천한 글에 그 마음 다 담기에는 한참이나 모자라 유감이다.



어디 보자~

에구 여기저기 구멍이 송송 뚫려 있구나 :)     



본문 이미지는 영화 <하모니, 2009 > 스틸 컷이며 네이버 영화에서 인용하였습니다. 저작권은 해당 영화 제작사에 있습니다. 더불어 해당 글을 향후 영리 목적으로 사용하게 되더라도 본문에 실린 이미지를 사용하진 않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코로나 라이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