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의 시대에 더 큰 상실을 안고
무엇을 해도, 무엇을 보아도, 무엇을 이루어도
허전한 시대
열심을 다해 땀을 흘리지만
도착점이 어디인지 모를 그런 시대
어디인지 모를 뿐 아니라
가야 할 길을 어디로 정해야 할지 모를 그런 시대
나는 그 시대를 ‘상실의 시대’라 부르려 하고
상실의 시대는 다름 아닌 요즘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오늘은 누구에게나 주어지고
주어지는 시간 또한 공평하다.
하지만 이 같은 공평함 속에서도
결코 공평하다고 느끼지 못할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날 때부터
당연히 해야 할 것을 못하고 살았고
누려야 할 욕구 충족도 눈치 보며 해소해야 했다.
사람이 창조된 이래부터 이루어져 온
직립보행의 자유를 그들은 가지지 못했고
그렇게 자유를 가지지 못했다는 이유로
세상에서 외면당해야 했다.
그리고 그것은 여전히 “현재형”이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하곤 한다.
피해 의식이 너무 심한 것 아니냐.”
맞다.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그들은 욕구를 눈치에 버무려야 했고
자유를 박탈당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당하게 사라진 것들에 몸서리치지도
억울하다고 토로하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상실의 시대에
더해진 또 하나의 상실 앞에
누구 하나라도 이해하고 들어줄 자는
정말 없는 것인지
외면받는 거야
무시당하는 거야
우리의 팔자려니 생각하고 사는 그들에게
오늘의 상실은 참으로 가혹한 것은 아닌지
상실의 시대에 더 큰 상실을 안고 사는 사람들에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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