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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티 Yaaatii Aug 08. 2022

올바른 의미의 '제주괸당문화'와 공동체이기주의

 '괸당문화'라는 것이 있단다. 모르는 단어는 아니지만 함께 자리를 하고 있던 이에게서 직접 들었다. 자리를 함께 하던 이가 그 단어를 말하면서 뒤이어 말하지 못한 '말줄임표' 쩜쩜쩜 같은 이야기가 다소 나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제주도에 살고 있는 원주민들의 '공동체' 문화를 일컫는 말이다. 우리가 흔히 '일가친척'이라 의미하는 개념과 비슷한 '권당'이라는 낯설고 어려운 단어가 있는 모양인데, 그의 제주어 '괸당'을 갖다 붙여 만든 고유명사이자 제주 특유의 '문화'를 뜻하는 말이다. 


 지역공동체는 필수적으로 지연과 혈연 등으로 구성되기 마련인데, 제주어를 갖다 쓰기는 했다지만 지역공동체는 사실 제주뿐만 아니라 지구 위 어느 지역에서든 있기 마련이다. 이 글은 그 '공동체'가 가진 배타적 태도를 짚어보는 글이다. 



 혈연과 지연으로 결속된 공동체는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단단한 유대와 협력을 제공한다. 공동체 구성원들의 복지를 위한 다양한 형태의 공적이거나 사적인 지원 활동은 내부 구성원들의 정서를 북돋우고 그들 사이의 연대를 더욱 끈끈하게 만든다. 


 동시에 지역 공동체는 공동체 외부인에게 폐쇄적이다. 그들은 외부인에게 편견이 담긴 시선을 보내고 배타적인 행동을 취한다. 편견은 호기심으로 포장하고 배타적인 태도는 공동체를 보호하기 위한다는 논리로 둔갑하기도 한다. 입장은 서로 다른 위치에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공동체 문화는 질서를 중요시하기에 위계에 대한 '복종'이라는 조직 논리를 전제한다. 일견 이성적이다. 위계에 대한 복종은 가부장 질서의 기둥이다. 남성 위주의 문화이다. 고로 남성 중심으로 '획일'하지 못한 것을 소외시킨다. 


 공동체 문화는 민족과 국가의 개념으로 확장된다. 지역의 작은 마을을 다스리는 논리가 발전하는 동안 그에 비례하여 소외받는 존재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여성과 노약자들, 장애인과 과부들, 가난하거나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이 '공동체'에서 중히 여겨진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가?



 글을 쓰는 자신은 제주도로 이주한 지 일 년이 다 되어간다. 함께 자리한 이가 "괸당문화"라고 언급할 때, 내게 생각을 물어왔다. 비슷한 취지의 질문들을 질문자와 같은 공동체에 속해있는 이들에게서 수차례 들어왔다. 외부인에 대한 편견이 느껴지고는 한다. 


 올바른 의미의 '제주괸당문화'는 독립국으로서의 지위를 가진 고대로부터 독특한 문화를 유지하면서 중앙권력과 외세의 침략에 저항했던 제주인들 특유의 자립정신까지 아우리는 말이다. 그가 말한 "괸당문화"라 함은 그저 공동체 이기주의에 불과할 뿐이다. 


 제주는 배타적이지 않다. 한라산과 제주 바다는 어머니의 따뜻한 품성을 갖고 있다고 믿고 있다. 다양성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들끼리 모인 술자리에서 운운하는 건 진짜 '괸당문화'가 아니다. 공연히 아름다운 제주를 차별과 편견의 언어로 오염시키고 싶지 않다. 


 이 세상의 모든 공동체 이기주의에게 한마디 말하고 싶다. 그 울타리를 벗어난 개개의 존재는 한없이 약할 뿐임을 알아채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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