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찾아오는 불안감 (새식구 룽지보며 가끔 힐링한다)
내년에 찾아오는 60
60이 되면 어떤 모습일까? 난 상상해 본 적이 있던가?
10대 때만 해도 엄마의 40대가 힘들게 보였다.
'나의 40대도 그럴까? '
'나에게 40이 올까?'
잠깐 엄마의 뒷모습을 보고 스친 생각정도로 기억한다.
그런데 10대가 지나고 29가 되었을 때다.
곧 30이 된다는 사실이 왜 그렇게 슬픈지.
사실 슬픈 건지 뭔지. 그때 감정은 그냥 큰일이긴 한데 이건 정말 내가 어쩔 수 없는 일이구나 싶은
그런 감정이었던 것 같다.
남들이 보기에 좋은 직장으로 옮기고 1년 정도 지나서 29를 맞이했다.
곧 30이 되기 전 초조함이 갑자기 밀려왔다.
퇴근버스에서 밖을 바라보는데 퇴근을 준비하는 다른 젊은 그들보다
내가 더 위의 지위를 갖고 있어야 할 것 같은 불안감이 컸던 것 같다.
직장을 두 번 옮길 때마다 1년을 못 채우다 보니 옮긴 직장에서 2년의 경력을 1년으로 받고
입사했다.
그 경력을 인정해 준 것만으로도 난 그 당시 감지덕지였다.
여성이 취업하기 쉽지 않기도 했지만 회사의 이름이 모든 걸 감내하게 해 줬다.
나에게는 도전하는 삶에 만족을 주는 시기였기도 했고
'무엇이든 노력하다 닥치는 대로 두드려라.'
그런 나의 생각이 실천으로 옮겨져서 결실을 맺었다 생각했다.
그리고 내 세계를 넓혀주는 계기가 되었던 시기라 '무엇이든 하면 되겠구나!'
하지만 잘난 사람이 많은 세계에서 난 더 잘나고 싶었던 욕심꾸러기이기도 했다.
그런 이유로 나이가 벌써 30을 바라본다는 게 의욕을 꺾는 일이기도 했나 보다.
'라테는~' 대학을 졸업하고 여자들이 거의 바로 결혼을 하던 시기였으니까.
결혼도 안 했지. 회사에서 직책은 거의 말단이지.
남자들과 팀을 이뤄 일하는 곳은 일의 능력도 있어야 하지만 더하기
어울리는 일도 능력의 하나였다.
어지간히 어울리는 건 했지만 술, 담배로 나누는 그들의 세계에 끼기는
내 성격상 쉬운 건 아니었다. 그래도 이런저런 배려로 버텨나가던 시기다.
그 당시 나와 동갑인데 유학 갔다 와서 바로 연구소로 발령받은 누구를 보고
어찌나 부러웠던지.
30을 앞두고 불안에 젖었던 그날은
연구소에서 우리 부서가 미팅을 하고 개인적으로 잠깐 안면이 있는
그 직원을 만나고 퇴근버스를 타며 든 생각이었던 것 같다.
차창밖에 보였던 연구소와 거기서 일하는 젊은 직원들이 퇴근버스에
올라타는 그 광경이 눈에 선하다.
그 당시 구입한 책이
최영미 시집의 '서른, 잔치는 끝났다.'였다.
읽으면서 나와는 좀 다른 환경에서 겪은 시상들에
서른에 느끼는 허탈감이 다른 모습으로 다 각자 존재하는구나
싶어 어떻게 서든 위로의 말을 찾고 싶던 시기였다.
그런데 60을 바라보고 나니 30대 느꼈던 그때가 생각난다.
이번엔 육십,
뭐 별거 있나.
새해가 되면 어제와 다름없는 새해를 보러 가며 해돋이가 행사가 되지만
60이 59와 뭐가 다를까.
30이 29와 다르지 않다는 걸 알면서
그냥 숫자에 의미를 한번 부여해 본다.
정리를 좀 하고... 내 인생 어떻게 살았는지 내가 좀 곱씹어 보고
내 언어 내 말을 이제 찾아서 가 보는 걸 해 보려고 한다.
흐르는 물에 떨어진 낙엽처럼 흘러 흘러 가보는 걸 할 줄 알게 나를 만들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