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아빠와 나는 산을 올랐다.
한참 산을 올라와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우와 많이 올라왔다.'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종종 있다.
힘든 것도 모르고 신나서 오르다가
숨이 차 잠시 멈춰 서 뒤 돌아본다.
어린 시절 산 타는 걸 좋아하시던 아버지는
자주 우리를 데리고 산에 가셨다.
그때는 등산화 등산복이라고 할 것도 없이 그저 운동화 신고
배낭 멘 아버지를 따라나섰다.
성격이 급하신 아버지는
누가 당신 앞에 가는 걸 답답해하셨다.
그 성격을 닮은 나는 굳이 아빠가 말하지 않아도
그들보다 앞서 산길을 점프하듯 올랐다.
아버지는 그런 나를 '잘 오른다.'라고 칭찬해 주셨다.
칭찬에 신이 나 앞지르고 또 앞지르며 올라갔다.
아버지와 나는 더 이상 앞서가는 사람이 없을 때에서야
잠시 쉬며 뒤를 돌아봤다.
'우리 빨리 올라왔다. 금방 저 바위까지 가겠는걸?'
그때 그 기분이, 지금 다시 떠오른다.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네 삶을 산과 비교하는 이유는
인생이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는 산새와 닮아 있어서 일 것이다.
그런데 돌아보니 내 삶은 계속 오르막만 있었던 것 같다.
이제는 잠시 숨을 돌리고 싶어
작은 바위에 앉아 큰 숨을 내 쉬며
지나온 길을 돌아본다.
앞으로 걸어야 할 오르막은 아마 지금까지 온 길보다는 짧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이 닿으니 그동안 걸어온 길을 천천히,
한 번 더듬어보고 싶어졌다.
그냥 지금 멈춰 서서
숨 고르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다시 내려갈 수 없는 저 아래에서부터
그 길은 이제 잘 보이지 않지만,
올라오며 흘낏 봤던 내 기억에 남은 풍경들--
그 소중한 장면들을 하나씩 떠올려 보고 싶어졌다.
쉴 수 있는 정해진 시간이 있는 건 아니지만
반 이상 올라왔다고 느낄 땐
이제 좀 쉬어도 될 것 같다.
아버지도,
이제는 좀 쉬어라~
그렇게 말씀해 주실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지금 인생의 산 중턱 작은 바위에 앉아
매주 수요일마다
나는 나에게 이야기하려고 한다.
두 번째 이야기는
"너, 어디서부터 기억하니? "로 풀어보고 싶다.
다음 주 수요일에 다시 만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