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찍이서 기다리는 용기

by Hwan

아이가 변했다는 걸 처음 느낀 건,

함께 걷던 길목에서였다.

언제부턴가 아들은 내 옆을 걷지 않았다.

몇 발자국 앞서 걷거나,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내 말에 건성으로 대답했다.


처음엔 서운했다.

"왜 이렇게 아빠랑 얘기하기 싫어?"

툭 튀어나온 질문에 아들은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한숨을 쉬고는 더욱 멀어졌다.

그 순간, 쓸쓸함보다 화가 먼저 치밀었다.

"왜 저렇게 무례하지?"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나?"

억울함과 분노가 뒤섞여 몇 번이고 목소리를 높이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마음 한편에서 조용히 울리는 목소리가 있었다.

"기다려야 해.

네가 먼저 다가가려 하면 더 멀어질 거야."

아이를 향한 사랑이 클수록,

조급해지는 게 아버지였다.


지금 이 거리를 견디는 건 어쩌면,

내가 아버지로서 해야 할 첫 번째 성장일지도 모른다는생각이 들었다.

아이의 마음속에는 스스로 넘어야 할 문턱들이 있었다.

그 문턱을 내 손으로 억지로 넘기려 하면,

아이는 오히려 도망칠 것이다.


나는 그날 이후로,

아들의 걸음에 억지로 발을 맞추지 않기로 했다.

앞서 가든, 멀어지든, 조용히 뒤에서 걸어가기로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이가 필요할 때 언제든 돌아와 기대어 쉴 수 있도록

그 자리를 지키는 것뿐이었다.

어쩌면 아버지가 된다는 건,

가까이 다가가는 용기가 아니라,

멀찍이서 기다리는 용기를 배우는 일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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