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벨이 울린 순간,
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학교에서 걸려온 전화
이 시간에, 이 번호로
좋은 소식일 리 없다는 직감이 먼저 앞섰다.
선생님의 목소리는 조심스러웠다.
"혹시 오늘 저녁에 잠깐 학교로 와주실 수 있을까요?
아이 문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짧은 통화가 끝나자,
머릿속은 수백 가지 생각으로 복잡해졌다.
무슨 일이야?
어디 다친 건 아닐까?
혹시 친구랑 싸운 건 아닐까?
학교로 가는 길이 그렇게 긴 줄 몰랐다.
교실 앞에 도착하니
선생님은 차분한 얼굴로 설명했다.
오늘 친구와 심하게 다툼이 있었어요.
몸싸움까지 벌어져서 양쪽 아이들이 모두 감정이 많이 상했습니다.
나는 순간 숨을 멈췄다.
너는 그런 아이가 아니라고 믿고 싶었다.
조용하고 배려심 많은 네 모습을 알고 있었기에,
'왜'라는 물음이 끝없이 맴돌았다.
하지만 선생님의 말은 이어졌다.
서로 오해가 쌓였던 것 같아요.
누구 한쪽만의 잘못은 아니에요.
다만, 감정을 조절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너는 고개를 숙인 채 교실 한쪽에 앉아 있었다.
평소처럼 당당한 너의 모습이 아니었다.
작게 떨리는 어깨를 보니
나도 모르게 가슴이 저릿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다그치고 싶은 마음,
이해하고 싶은 마음,
두 마음이 엉켜서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저 네 옆에 조용히 앉았다.
잠시 후, 너는 힘없이 말했다.
나도 미안해.
근데… 그냥 화가 났어.
그 짧은 한마디에
오늘 하루 네 마음속에 쌓였던 혼란과 외로움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나는 네 어깨에 가만히 손을 얹었다.
괜찮아.
지금은 그 마음부터 잘 다독이자.
가슴 철렁했던 하루.
하지만 나는 알았다.
이런 시간들도
너를 어른으로 자라게 할 것이고,
나를 더 깊은 아버지로 만들어줄 것이라는 것을.
너와 함께 배우는 길,
결코 쉽지는 않지만 그 어떤 길보다 소중한 여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