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터 아일랜드를 뇌과학으로 답하다.
우리는 흔히 내가 내 삶의 주인이며 모든 결정에 자유의지가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무의식은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에서 저자는 다양한 실험과 사례를 통해 우리의 환상을 철저하게 무너뜨린다. 그리고 영화 셔터 아일랜드는 텍스트로만 이해했던 뇌과학적 지식을 잔인하면서도 아름다운 서사로 시각화한다.
뇌는 에너지를 비축하기 위해 세상을 예측하며 예측이 빗나갈 때만 의식을 사용한다. 하지만 셔터 아일랜드의 테디(앤드류)처럼 자신의 예측을 벗어날 만큼 끔찍한 사건을 겪는다면 뇌는 기억을 재구성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지어낸다. 즉 테디라는 새로운 인격은 단순한 정신병을 넘어 감당할 수 없는 죄책감으로부터 자아를 보호하기 위해 무의식이 설계한 방어책이다.
책에서 언급된 라이벌 체제처럼 테디와 앤드류라는 두 자아는 끊임없이 충돌한다. 뇌과학적 관점에서 우리에게 자유의지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진실을 깨달은 앤드류에겐 마지막 선택지가 주어진다. ‘괴물로 살 것인가 선한 사람으로 죽을 것인가?’ 두 선택지 사이에서 앤드류는 망각 대신 책임을 지고 인간으로서 삶을 마무리한다. 이는 뇌의 시스템에 저항하는 인간의 마지막 자유의지다.
그런데 만약 앤드류가 뇌종양이나 화학물질의 변화처럼 생물학적 기제 때문에 범죄를 저질렀다면 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저자는 잘못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 자체가 틀린 질문이라며 처벌보다 교정 가능성과 재활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성적으론 합리적인 대안이지만, 현실적으로 피해자의 고통과 여론의 반응을 고려하면 법이 가진 처벌의 기능을 완전히 무시하기 어렵다. 이는 마치 뇌 속에서 벌어지는 이성과 감정의 충돌과 같기에 우리가 시간을 두고 함께 풀어가야 할 숙제다.
그동안 나의 선택이라고 믿었던 일들이 정말 나의 자유의지였을까? 무의식이 나를 설계했을 뿐이며 스스로 나를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에 무력감이 든다. 하지만 이 거대한 시스템을 인지하고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작은 바운더리에서라도 나만의 자유의지를 찾는 것. 그것이 앤드류의 선택처럼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하고도 고귀한 인간다움이 아닐까 싶다.
(이 글은 책 '무의식은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와 영화 '셔터 아일랜드'를 보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