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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ini Mar 30. 2023

메모를 의미 있는 기록으로 바꾸는 방법

거인의 노트, 감히 기록덕후가 되겠습니다.


요즘 일상에서 배운 것들, 머릿속에 떠다니는 생각들을 메모하고 정리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 내 글을 되돌아보면서 재밌는 아이디어를 발견하고 모호한 문제가 풀리는 등 전반적으로 삶의 방향이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 정리된 생각들을 인스타스토리에 남기곤 하는데 한 선배님께서 'OO가 스토리에 좋은 말 올려주는 거 보면서 나도 마음을 다 잡고 있어.'라고 하셨다. 정말이지 마음이 따듯해지고 벅차오르는 순간이었다.


내 삶 속에서 좀 더 의미 있는 찰나들을 캐내고 싶어서 관련 책을 찾다가 우리나라 1호 기록학자의 책 '거인의 노트'를 발견했다. '기록'이라니. 자서전처럼 역사에 한 획을 그어야 할 것 같은 단어다. 내 번잡한 글들이 기록이 될 수 있을까.


사실 기록은 거창한 무언가가 아니다. 우린 학창 시절부터 많은 기록을 쓰고 보며 자랐다. 시험 치기 전 전략적으로 공부방향을 잡기 위해 접했던 정리노트, 오답노트, 요약집들 모두 기록이다. 삶 또한 나와 세상을 배우는 과정인데 배움의 기본이 기록인걸 알면서 자신의 삶을 기록하는 데엔 왜 소홀해졌을까.




기록은 우리를 '성장'시킨다.

우리는 생각과 경험을 기록하고, 기록을 보면서 다시 생각하거나 다른 방식을 시도한다. 또한 낯선 지식을 나만의 방식으로 정리하면서 그것을 나의 자산으로 만든다. 이렇게 기록이 차곡차곡 쌓이면 우리는 문제에 맞닥뜨렸을 때 잠재성을 꺼내어 현실능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


# 내가 책을 기록하는 방법

1. 머리말, 목차를 토대로 책의 갈래를 파악한다.

2. 한 챕터를 읽으면서 핵심 문장, 나에게 울렸던 문장에 밑줄을 긋는다.

3. 한 챕터가 끝나면 밑줄 친 문장들을 토대로 정리한다.

4. 그렇게 한 권을 다 읽으면 챕터별로 정리된 것들을 읽고 키워드에 동그라미를 치며 내용을 다시 파악한다.

5. 정리된 메모들을 한데 모아 부족한 내용은 보충, 필요 없는 내용은 삭제한다.

6. 다시 읽고 키워드 동라그미 반복,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다시 찾아본다.

7. 내 생각이 떠오르는 부분에 댓글 달듯이 조각조각 생각을 덧붙여본다.

8. 그 생각을 토대로 나만의 언어로 재해석한 독서노트를 작성한다.

8번이 제일 시간이 오래 걸리고 어려운 과정이다. 계속 새로운 생각들이 떠오르기도 하고 나만의 언어가 부족해서 복붙처럼 느껴지거나 미진한 부분이 눈에 밟히면서 고쳐 쓰고 또 고쳐쓰기 때문. 8번을 잘하는 게 내 독서라이프의 목표다.

 

기록은 우리에게 '자유'를 준다.


지금 자신의 모습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자신의 진짜 욕망과 대화를 해야 한다. 예를 들어 내가 현재 바라는 것을 적고 가면판단(내 주변 사람들이 나에게 바라는 게 무엇이고 그 바람을 실행하기 위해 내가 애쓰는 지점이 무엇인가)을 한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가 삶에서 무엇을 버리고, 병행하고, 추구해야 할지 볼 수 있다. 결국 나를 아는 것이 중요한데 자신의 인생 지도(목표, 꿈, 자기계발, 가정, 취미, 여가, 인간관계, 습관)를 그려보거나 자신의 역사를 써보는 것도 좋다.(과거를 일 년 단위로 나눠 핵심 사건 쓰기, 내 인생 10대 사건 선정)

나 또한 인생지도, 나의 역사를 써보면서 이미 알고는 있었지만 내가 정말 자기계발덕후라는 것을 느꼈다.



기록은 '집중'과 '확장'을 통해 양질의 콘텐츠가 된다.


'집중'이란 요약으로 내 기록들을 평가해서 핵심을 골라잡는 선별 과정이다. 하루동안 했던 행동들을 하나하나를 적고 우선순위를 따져본다. 삶을 요약하다 보면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하고, 어디서 성취감과 만족감을 느끼는지 알 수 있다.


'확장'이란 분류, 카테고리를 나누는 작업인데 고민이 생겼을 때 고민이 생긴 배경, 고민 발생 원인, 고민 해결방향을 나누어 작성해 본다. 이때 감정도 함께 적으면 감정과 실체의 구분이 뚜렷해진다. 우리가 안고 있는 고민에 대한 해답은 이미 내가 알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평소 잠재된 생각들을 분류하면 문제에 직면했을 때 적절히 꺼내 쓸 수 있다.

나에겐 업무나 그림, 독서노트와 별개로 생각노트가 있는데 이 노트를 찐생각(자아, 감정 등에 대한 여러 가지), 일상, 관계로 나눴다. 그리고 내가 과몰입했던, 과몰입하는 주제(행복, 회복력, 재능 등)는 따로 카테고리를 만들었다. 나누는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여러 방법을 시도해 보면서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으면 된다.




저자는 삶을 [공부, 대화, 생각, 일상, 일] 5가지로 나눠 기록하기를 권한다. '공부', '대화', '생각'은 지식이 되고 '일상'마인드가 되며 '일'역량이 된다. 이를 반복하여 자기의 자산으로 만들고 지속하여 습관이 된다면 우린 매일매일 성장할 수 있다.


내게 '대화'는 다른 무엇보다 제일 재밌고 생생한 기록이다. 대화를 하면서 내 무의식 속에 자리 잡던 생각들이 불쑥 튀어나오기도 하고, 내 생각에 공감을 얻으면 나에 대한 확신이 생기며, 서로 다른 사람의 생각이 더해져 새로운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 나라는 세계와 타인의 세계가 만나 또 다른 차원의 세계가 열릴 때 텍스트로는 감히 접할 수 없는 입체적인 감각이 느껴진다. 게다가 '대화'를 하면 타인이 하는 말에 담긴 지식뿐만 아니라 말에 묻어있는 그 사람의 생각, 가치관, 신념, 삶을 대하는 태도, 습관들을 배울 수 있다.




내 노트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생각'기록들! 어렸을 땐 '나는 왜 이렇게 생각이 많을까.'라는 고민도 했지만 지금 내게 생각이 많다는 건 축복이다. 머릿속 너저분하게 둥둥 떠다니던 생각들에게 기록이라는 약간의 시간과 노력을 들이면, 이들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되고 내적 자산이 되어 만능 해결책이 되기도 한다.


'일상'은 내가 제일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으로 시간이 지난 뒤 내 일상이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돌아보면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에 가치를 두는 사람인지 알 수 있다. 글뿐만 아니라 인스타스토리를 통해 '일상'을 남기는데 매일 조금이라도 내가 성장하기 위한 작은 일들을 실천하면서 의미 있는 하루를 만들고 의미 있는 인생을 사는 게 내 일상기록의 목표다. 현재 내 모습은 과거의 일상들이 만들어낸 결과이고 지금 일상들이 쌓여 나의 미래를 만든다. 나는 일상을 계획하고 기록하는 게 늘 설레고 내일이 기다려지며 매일이 두근거린다.


저자와 기록에 대한 가치관이 비슷한 덕분에 내가 나름 잘해나가고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고 더 제대로 하고 싶다는 포부도 생겼다. 노트에 가득한 내 기록조각들이 나와 더불어 타인에게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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