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서 역마살이 낀 것 같다고 의심할 정도로 여행에 빠졌던 시기가 있었다. 당시에 나는 국내 해외 할 거 없이 혼자 많은 곳을 다녔는데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좋았다. 하지만 마음 한편 어디서도 소속감을 못 느끼는 내 모습이 조금 의문스럽기도 했는데 그래서 오히려 소속감을 느낄 필요가 없는 여행지가 편했는지도 모르겠다. 혼자 여행을 가면 우린 이방인이라는 이름을 얻어 어딘가에 소속되어야 한다는 의무감과 홀로 소속감을 느끼지 못함에서 오는 소외에서 해방된다.
이후 여행에 대한 갈망은 점차 사그라졌는데 성인이 된 이후 7번의 이사를 마치면서 늘 또 다른 이동과 새로운 경험을 맞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현실에서 약간 버거울 정도로 충분함 그 이상의 여행의 묘미를 느끼고 있다.
덧붙여 여전히 소속감을 느끼기 어렵다. 그래도 요즘 바뀐 소속감에 대한 소고를 풀자면, 사람은 모두 다르기에 그 누구도 어디에서 완전한 소속감을 가질 수 없다. 하지만 다양한 경험 속으로 나를 내던지면 내가 선호하고 추구하는 것들을 찾을 기회와 함께 같은 것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만날 기회도 커진다. 그게 나의 아주 작은 일부일지라도 그런 경험들이 쌓이면서 나의 다양성을 만나고 공유할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나도 누군가에게 소속감이나 동질감, 그 엇비슷한 새로운 가치를 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