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그림노트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hini May 24. 2023

정체성(正體性)

우리에 대한 이야기


이번 작품은 나에게 있어 새로운 시도였다. 기존에 하이라이트를 강조하고 채도를 살렸던 묘사방식과 달리 어둡게 깐 상태에서 밝기를 서서히 올리며 깊고 입체적인 느낌을 표현하려 애썼기 때문이다. 아직 내 스타일을 고정시킬 단계는 아니라고 판단했기에 여러 시도가 필요함을 알고 시작한 거지만 하루하루 그리면서 속으로 많은 갈등을 겪었다. 그래도 이러한 한계를 깨야 내가 표현할 수 있는 영역이 넓어진다. 그러다 보면 내가 추구하는 것들이 언젠가 타인이 좋아하는 영역에도 닿게 되지 않을까.



아빠와 오랜만에 긴 통화를 했다. 아빠는 내 인생에 가장 많은 영향력을 준 사람으로 나와 뇌신경 회로가 매우 닮았다. 사람은 다 나름대로 타인에게 다르게 보이는 점들이 있는데 아빠와 나는 비슷한 다름을 공유하고 있다.


나는 늘 무언가에 몰두하지 않으면 마음이 텅 빈 것 같고 심지어 정체성이 결여된 것 같아 괴로웠다. 우리는 무엇을 찾고 추구하는 과정에서 자아를 느낀다. 내면에 있는 것을 끄집어내어 표현하고 누군가가 어쩌면 내가 한계라는 이름으로 그어버린 선을 계속 지워가며 존재를 증명하려 한다. 이러한 절실함이 되고 싶은 나를 이루며 비로소 내 정체성은 확고해진다. 그러기 위해선 아무도 나를 보지 않고 믿지 않을 때 오로지 나만은 나를 보고 믿어야 한다.



이건 우리에게 본능이자 숙명과도 같지만 그럼에도 우리 같은 사람들은 내면에 빠져 자신을 타인에게서 격리시키지 않도록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나다움을 인정해 주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정을 나누며 내가 한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우리도 이렇게나 좋아하는 것들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나눌 때 온전한 행복을 느끼기 존재이기에.



* 정체성(正體性)_oil on canvas_40.9x31.8_2023

https://www.instagram.com/love.shini


매거진의 이전글 다정해지는 법(多情)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