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지 않는 것을 찾고 싶어서 늘 변하지 않는 것에 집중하고 변하는 것들을 멀리했다. 그런데 이런 나의 행위들은 매우 모순적이었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이 있을까. 또 변하지 않는 게 꼭 좋은 것일까. 나 또한 많이 변해왔으며 심지어 절대적이라고 믿었던 삶의 우선순위와 가치관조차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얼마 전에 오랫동안 연락이 끊겼던 사람을 만났다. 당시 난 그가 나와 비슷하다고 느꼈는데 마음 한 편 여전히 나와 비슷하지 않을까라는 기대가 있었는지 사뭇 이질감이 느껴지는 그의 모습을 보니 조금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바뀐 건 그뿐만이 아니었다. 타인에게 관심이 없어 얼굴 하나 못 외우던 내가 이젠 별다른 노력 없이 타인의 이름은 물론 mbti, 취미, 소소한 디테일까지 기억하게 됐다. 심지어 이젠 같음 속에서 다름을 발견하며 선을 긋기보다 다름 속의 같음을 찾는 것에 재미를 느낀다.
성장이란 내가 커지려 애쓰는 게 아니라 타인을 받아들일 줄 아는 것. 타인이라는 다른 세계를 경험하고 수용하면서 나의 다양한 자아를 발견하고 마침내 나의 세계가 넓어진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가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변화를 포용할 수 있을 때 나를 그리고 타인을 사랑할 수 있다.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여 나조차도 나를 믿을 수 없을 때 나를 믿어주고 사랑해 준 사람들을 기억하자. 차마 이어가지 못한 인연이 있다면 놓아주고 따뜻함만 간직한 채 필요한 사람들에게 듬뿍 나눠주자. 사람은 타인에게 영향을 주고 때론 받기도 하면서 변화하고 성장한다.
여전히 나만의 선이 깊지만 요즘은 정말 중요한 선만 남기고 나머지는 조금 흐리게 만들려고 한다. 지금까지 변하지 않는 것에 집중했다면 요즘은 나를 기꺼이 변하게 만드는 것을 알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