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함에 성실한 사람
성인이 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되면서 주변 관계는 점차 다양하고 복잡해진다. 예전엔 가족, 친구가 전부였는데 상사, 선후배, 동호회나 취미생활을 함께하는 친구, 건너 건너 알게 된 지인들까지 얽히고설켜 나도 모르는 사이 관계 속에서 정을 받고 정을 잃기도 한다. 자연스럽게 고민거리 중 인간관계가 차지하는 비율이 늘어나게 되고 우리는 관계를 잘하는 방법을 찾게 되었다. 덕분에 유튜브만 봐도 다른 사람과 잘 지내는 법, 어디서나 환영받는 사람이 되는 법, 이성을 유혹하는 법 등 관계에 대한 온갖 비법들이 난무한다.
인간관계에 대한 책이나 유튜브를 보면 대부분 상대방의 마음을 얻는 것에 집중되어 있다. 이성이나 친구관계 할 거 없이 상대의 몸짓, 말투, mbti, 취향을 파악하여 상대가 나를 좋아하게 만드는 법이 포인트다. 우리는 상대방을 유혹하고 싶다. 그런데 그다음은 생각해 봤을까? 나를 맘껏 꾸민 덕분에 그를 유혹하는 것에 성공했다면 그 관계의 질과 깊이는 어느 정도이며 과연 그 관계가 건강한 관계일까?
사람에겐 부족함이 느껴질 때 그 부족함을 채우려는 욕구가 있다. 돈이 부족하면 주머니를 채우려 하고 사랑이 부족하면 마음을 채우려 든다. 돈이 부족하다고 남의 주머니를 뒤지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 우리는 정이 부족할 때 교활하게도 남의 마음을 찾는다. 하지만 나의 역량이 커져 타인에게 어떠한 가치를 줄 수 있다면 재화는 자연스레 따라오듯이 관계도 이와 같다. 내 마음이 풍요로워 타인에게 정을 베풀 수 있을 때 그도 나에게 마음 한 편을 줄 수 있다.
또한 이렇게 해야 질 낮은 유혹으로 얻게 된 얕은 관계도 건강한 방향으로 전환시킬 수 있다. 결국 관계는 타인이 아니라 나로부터 시작된다. 정을 나눈다는 건 타인의 정을 갈취하여 나의 정서적 허기를 두둑이 채우는 행위가 아니라 내면이 단단히 하여 어떠한 기대 없이 타인에게 정을 베풀 줄 아는 마음가짐이다.
이러한 마음가짐을 갖춘 사람을 나는 다정함에 성실한 사람이라 부른다. 다정은 '정이 많고 두터움'이고 성실은 '정성스럽고 참됨'으로 어디 하나 부족함의 의미가 없는데 둘의 참 뜻을 이해하고 이를 갖춘 사람은 거의 보지 못했다. 대부분 마음의 계산기를 두드려 자신과 비슷한 수준의 조건과 정을 갈구하며 자신을 채우기 바빴다.
물론 나도 아직 이를 갖추지 못했으며 어쩌면 영원히 못할지도 모른다. 또한 갖추었다 해도 이를 잃게 되는 순간이 다시금 찾아온다. 하지만 미완성의 노력은 순환고리가 되어 우리를 더욱 단단하고 빛나게 만들 것이다.
* 다정해지는 법2(多情)_oil on canvas_65.1x53.0_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