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은 한 무더기 습관의 바탕과 같아서 한 사람의 습관을 보면 그 사람의 머릿속이 퍼즐처럼 맞춰진다. 반복적으로 잠기는 생각, 빠지는 감정, 뱉는 말과 늘 하는 행동까지. 그래서 무의식을 바꾸는 건 어렵다. 새로운 사고회로를 뚫는 건 힘 하나 안 들이고 걸어왔던 번듯한 루트를 어리석게 우회하는 것만 같고 가끔은 정체성을 잃는 기분도 든다.
나의 부정적 감정들에 화살표를 그어 밑바닥에 닿으면 완벽주의와 자아비난으로 귀결된다. 나는 형사처럼 달라붙어 나를 열등한 인간으로 낙인찍기 위한 증거들을 수집한다. 하나씩 발견할 때마다 나를 불러내어 취조하듯 캐묻고 힐난하기를 반복하는데 혹시라도 결과가 좋았다면 이 과정은 더 까다로웠다. 나는 누구보다 무엇보다 내게 심판받는 날이 무서웠다.
몇 년 전부터 이 짓을 그만뒀다. 부족함 대신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것들을 찾고 책을 읽으며 나를 구원하는 문장들을 모았다. 습관적으로 부정의 늪에 빠질 때면 기록을 기반하여 나를 건졌다.
아직도 이따금씩, 이유 없이 회귀할 때가 있다. 그럴 땐 호흡을 가다듬고 여전히 이 짓을 못 고쳤다며 나를 패배자로 낙인찍지 않도록 순간을 흘려보낸다. 부정적인 생각을 질질 끌며 가져와 나를 채근하지 않는다.
나의 다양성은 필연적으로 효율성을 떨어뜨린다. 하지만 많은 이들에게 이해받는 것보다 날 것 그대로, 때로 미움받고 때로 사랑받는 솔직한 내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