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세계를 만드는 과정
충돌은 나의 세계와 타인의 세계가 만나 또 하나의 세계를 조각하고 제련하는 과정. 나는 너라는 존재를 통해 홀로 인식할 수 없는 자아를 발견한다. 그래서 긍정적인 자아를 꺼내주는 타인들이 귀중하다.
학창 시절 항간에 귀를 뚫으면 우주여행을 갈 수 없다는 말이 돌았는데 기압 때문에 귀 뚫은 구멍이 터져 죽는다는 썰이었다. 당시 나는 지구과학엔 소홀했던 주제에 죽기 전 우주여행은 꼭 가야 한다며 친구와 절대 귀를 뚫지 않기로 맹세했다. 그 시절 의리 덕분에 나는 십몇 년째 아직도 귀 하나 못 뚫고 귀찌를 하고 다닌다.
내 귀찌에도 우주가 있다. 소위 통한다는 느낌을 준 몇 안 되는 내 인연, 지금은 볼 수 없지만 어디서나 행복하기를.
* 충돌(衝突)_oil on canvas_45.5x37.9_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