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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빛나 Jan 14. 2024

7. 다리 4개 도전기

다리 수술하고 며칠간은 엄마가 병원에 함께 있어 주었다. 그 후 주말엔 아이들을 엄마가 데려가고 신랑이 함께 병원에서 있어 주었다. 하지만 계속 같이 있어줄 수가 없어 월요일부터는 혼자서 병원에 있어야 했다. 혼자 있는 것은 괜찮지만, 혼자 하기 힘든 화장실에 가는 것과 밥 먹는 것이 걱정이었다. 

고민 끝에 목발을 짚어보기로 했다. 목발을 짚으니 다리가 4개나 되었다. 병원 휴게실에 목발을 짚는 다른 환자들을 관찰해 보았다. 한 발로 땅을 디딘 뒤 아픈 다리 대신 2개의 목발로 이동하고 건강한 발로는 점프하면 되었다.


"생각보다 쉬워 보이는데!"


목발을 겨드랑이 사이에 끼었다. 겨드랑이와 손목에 꽤 힘이 들어갔다. 온몸의 무게를 받쳐야 하는 것이 보기보다 어려웠다. 게다가 점프라니,, 점프가 이렇게 어려운 일이었던가.

결국 자신만만했던 점프는 커녕, 목발을 겨드랑이에 낀 채 겨우 균형을 맞추고 남은 발을 질질 끌고 이동하는 수준이었다. 목발 짚다가 넘어지기라도 하여 수술한 다리에 문제라도 생긴다면.. 아,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목발을 짚고 넘어지지 않게 신중하게 4미터 정도 앞에 있는 화장실에 다녀오면 침대에 다시 누워 한참을 숨을 골라야 할 정도로 힘들었다. 세상에 쉬운 일이 정말 없는 것 같았다. 당연하게 누리던 것들을 한순간에 잃어버린 것 같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링거를 오전에 다 맞고 오후에는 빼준다는 것이었다. 링거줄까지 있다면 두 손으로 목발을 잡은 채 링거줄이 엉키지 않게 이동하며 링거액도 들어야 하나 최소 손이 3개쯤은 있어야 가능했으니 말이다. 링거액을 맞고 있는 동안은 최대한 화장실 가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 참았다.

옆에서 간호해 주던 신랑이 돌아가고 혼자 있는 저녁, 혼자서 목발을 짚고 화장실 다.

후, 길게 한숨을 쉬고 천천히 침대에서 일어섰다. 한쪽 다리에 신발을 찾아 신고 목발을 양쪽 겨드랑이에 끼고 천천히 발을 끌다시피 하며 화장실을 다. 역시나 화장실 문턱에서는 몇 번이고 좌절을 경험했다. 드디어 화장실에 도착하고 보니 손목에 피가 흥건했다. 링거액은 뺐으나 내일 맞을 링거 때문에 주삿바늘은 빼지 않은 채 연결이 되어있는데 손목에 워낙 힘을 주다 보니 연결된 주삿바늘에서 피가 새어 나왔나 보다.

변기에 앉아 손목에 흥건해진 피를 보며 신랑이 보고 싶어졌다.



자, 이제 또다시 4미터의 앞의 침대까지의 4발 걷기를 출발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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