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있는 병실은 5인실이지만 3개의 침대만 채워져있었다. 환자는2명의 할머니와 내가 전부였다.할머니들은 연세가 꽤 많으셨다. 만으로 세어도 89세와 81세였다. 할머니들은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건강해 보이셨다. 어딘가 아프셔서 병원에 입원 중이긴 했지만..
내가 가끔 화장실을 갈 때면 안타까워하시며 화장실문도 열어주고 불도 켜주셨다. 밥을 다 먹고 나면 식판을 들고 가져다 놓을 수 없어 그대로 그 자리에 놔두는 나를 보고 '식판 가져다줄까' 하고 도움을 주셨다.
내가 도움을 받아도 될까 싶을 정도로 미안했다.
할머니 두 분은 처음 만난 날부터 바로 친해지셨다. 한국인들의 첫 만남의 첫 질문은 모두가 똑같다.
"나이가 어떻게 되나요?"
나이조사부터 시작된 둘의 이야기는 한평생을 살아온 족보를 다 훑어나갔다. 시집살이부터 남편이야기, 자식이야기, 그 자식의 자식이야기(손주이야기)로 이어지는 길고 긴 장대한 하나의 역사였다. 막내 손주의 결혼과 직장이야기까지 이어지는 긴 인생을 침대에 누워 모두 엿들었다. 89년간의 인생에 대해 생각했다. 내가 저만큼의 나이를 먹게 되었을 때 나의 인생에 대해...
두 분이서 이야기를 나누실 때 나는 보통 태블릿으로 넷플릭스를 보거나 밤늦게 까지 티브이로 드라마를보며 시간을 때웠다. 늦게라고 해봤자 밤 10시...
리모컨은 항상 내 차지였고 내가 티브이를 끄고 나면 병실이 조용했다. 이미 할머니들은 잠이 들었거나 핸드폰을 만지작대며 누워계셨다.
그러면 나는 한참을 고민한다.
불을 끄러 가야 하는데 어떻게 가야 하지?
나보다 거동이 편안한 80대 할머니들께 부탁을 해야 했다.할머니들은 팔팔하게 잘 걸으셨으니..
하지만 차마 입이 안 떨어진다
백번 고민한뒤 조용히 불러본다.
"할머니.. 할머니?"
거기 누구 없나요? 분명 눈을 뜨고 있으신 것 같은데 안들리시는 것 같다. 할 수 없다.불을 켠 채로 잠을 청할 수밖에..
어느 날 할머니 한 분이 퇴원하셨다. 그렇게 악수를 하고 안탑깝게 헤어지더니 가고 난 뒤 남은 할머니께서 한마디 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