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낫고 건강해지려면 어찌 되었든 먹어야 한다. 김치도 그저 그런 맛, 생선은 그냥 조금 발라먹고, 메인요리가 메인 요리 같지 않아 손도 대기 싫을 때도 있었다. 수술하고 며칠은 밥맛이 없어 반공기정도 겨우 먹었다. 좀 괜찮아지자 그래도 밥만큼은 다 먹어보려고 애썼다.
주변에서 뭐 먹고 싶은 거 없냐고 물어도 뭐 하나 먹고 싶은 마음이없었다. 포장해 올 만한 음식을 골라봐도, 맛있는 간식을 찾아봐도 마음이 동하지 않았다. 휠체어를 타고 편의점에 가서 먹고 싶은 거 골라보자, 해서 편의점까지 긴 산책을 나갔지만 사고 싶은 간식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병원밥만 꾸역꾸역 먹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도 소식이 없었다. 배에서 말이다. 이 정도로 자꾸 입으로 음식이 들어가면 밖으로 나오기도 해야 하는데 아무 신호도 보내지 않았다. 5일째 되는 날은 간호사가 와서 도움이 필요하냐고 물었다.
"언제 화장실에 갔나요? 혹시 힘드시면 약을 처방해 줄 수도 있어요."
아마 병원에서는 다들 누워있기 때문에 이런 신호를 못 받는 경우가 많이 있나 보다. 의외의 복병이었다. 하지만 스스로 싸워 이기기 위해 간호사의 도움을 거절했다.
"5일 정도 되었지만, 괜찮아요. 신호를 기다려볼게요."
옆 침대 할머니는 3일밖에 안되었는데도 간호사의 도움을 받았다.
6일째가 되었다. 침대에 누운 채로 부지런히 장마사지도 하고, 요플레도 먹었다. 밥도 한 공기 다 비웠다. 물도 많이 마셨다.
7일째가 되었다. 오늘까지 배에서 구조신호를 보내지 않으면 약의 도움을 받아볼까 했는데 다행히 복병을 물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