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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은빛나
Jan 15. 2024
10. 드디어 퇴원
이제 퇴원해도 되겠어요!
의사 선생님의 한마디에 만약 다리가 멀쩡했다면 정말요? 하며
의사 선생님을
꽉 안아줄 뻔할 정도로 기뻤다. 진통제도 더 이상 맞지 않고, 항생제도 알약으로 바뀌고, 피검사결과 염증 수치도 많이 좋아졌고, 엑스레이 결과 큰 뼈가 잘 붙어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퇴원하더라도 이틀에 한 번씩 와서 상처를 소독하고 다음 주에는 실밥을 빼고 교정기를 착용해야 하지만 일단 병원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 기뻤다.
사실 조금 아주 조금 고민이 되기도 했다. 어느덧 병원 생활이 익숙해져졌나 보다. 끼니때마다 밥 나오고 누워서 뒹굴뒹굴 드라마 몰아보는 생활이 나쁘지 않다고 느껴질 정도였으니 말이다.
퇴원하면 아침이면 출근과 등교 전쟁을 가만히 구경만 하기 힘들 것이다. 점심은 혼자서 차려먹어야 하고, 집안일이 눈에 보이는데 가만히 있을 수 있을까. 아무래도 병원보다 움직임이 많을 것이고 그럼 낫는 속도도 느려질 것 같았다.
그래도 퇴원하기로 했다. 가족들이 너무 보고 싶었다.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목소리도 직접 듣고 싶고, 안아주고 싶고, 함께하고 싶었다. 멜로드라마를 많이 봐서 그런지 신랑에게도
더
애틋해지는
기분이었다. 내가 없는 동안 고생을 많이 했다.
신랑은,
아침에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고, 아침 차리고, 아이들 아침 먹이고, 아이들 옷 입혀, 머리 묶어 등 아이들을 챙겨 등교를 시켰다.
회사에 가서 요즘 한참 일이 많아 정신없을 텐데도 오전 내에 일을 다 끝내고 2시에는 병원으로 달려왔다. 물도 채워주고, 식판도 정리해 주고, 이것저것 필요한 일들 뒤치다꺼리를 해준 뒤 집으로 또 달려갔다.
하교한 아이들을 챙기고 저녁 먹고 아이들 공부도
살펴주었다
. 아이들을 씻기고 재워주고 나면 설거지와 집안일을 했다. 그러고는 낮에 못한 회사일로 밤을 지새웠다.
그리고 내일은 또 똑같은 정신없는 하루가 시작되었을 신랑에게 너무 미안했다.
나는 병원에서 먹고 자는 생활 덕분에 볼살이 통통하게 기름지고 있는데 신랑은 갈수록 몸무게가 빠지고
초췌해져 갔다. 아픈 사람은 나인데 더 아파 보이는 사람은
신랑이었다
.
우리는 가끔 그날 아침 이야기를 했다.
내가 미끄러져
다리가 부러진 채 응급실에 실려간 그날 말이다.
그날 아침 먼저 밖을 나간 사람은 신랑이었다. 신랑이 먼저 그곳에서 넘어졌다면
어쩌면
나는
넘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 우리는 지금 반대의 모습을 하고 있겠지?
신랑이 말했다.
"
내가 대신
다쳤어야 하는데..."
다친 내가
안쓰러워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힘들고
지친 신랑이 가만히 침대에 누워있는 내가 부러워하는 이야기다.
그럼 내가 말한다.
"아, 나 간호 잘할 수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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