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가 골절되어 최소 3개월간은 휠체어를 타거나 목발을 짚으며 다리를 사용할 수 없고, 4개월째부터는 재활치료받으며 천천히 걸어보자고 하셨다. 그래서 실밥을 제거한 후 사용할 보조기를 제작하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 보조기는 41만 원이나 하였고, 실비등의 보험 적용이 되지 않았다. 보조기를 사용하지 않으면 통깁스를 해야 했다.
나와 비슷한 다리 골절로 고생한 지인에 따르면 2주간 통깁스를 하며 미치기 딱 직전까지 갔다가 깁스를 풀었다고 했다. 돈으로 편안함을 살 수 있다면 투자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고민하다가 보조기를 제작하겠다고 했더니 보조기 제작 업체에서 담당자 한분이 병실로 찾아왔다.
나는 분명 편안함을 사고 싶었는데 제작 과정은 전혀 편안하지 않았다.
"이동할 수 있으세요? 이게 제작할 때 바닥이 지저분해져서 화장실에서 제작해야 해요. 화장실로 이동해 주시겠어요?"
목발을 짚고 화장실로 이동했다. 그래도 며칠 목발을 사용했더니 조금 더 익숙해지는 중이다. 이러다가 안 그래도 튼튼한 오른쪽 다리에만 점프하느라 근육이 생기면 어쩌나 걱정될 정도였다.
담당자는 화장실에서 변기에 앉아 다리를 내밀어 달라고 부탁하셨다. 그런데 웬일인지 변기 뚜껑이 닫아지지 않았다. 좁은 화장실에서 구멍이 뚫린 변기에 앉아야 했고 그것도 옆으로 자세를 돌려달라고 했다. 변기에 옆으로 앉으니 안으로 꼭 빠질 것처럼 불안했다.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가니 양쪽 손으로 변기를 꽉 잡고 있어야 했는데 변기가 그날따라 얼마나 더럽게 보이던지...
'조금만 참자..'
담당자는 석고붕대로 다리를 감싸 다리 모형을 뜨기 시작했다. 석고가 굳으면 쉽게 떼기 위해 긴 줄을 안에 넣으려고 하는 것 같았다. 좀처럼 생각대로 되지 않는지 줄 두 개를 묶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줄 두 개를 힘을 잔뜩 주며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앗, 방심했다.
두 개의 줄을 잡아당기던 담당자의 주먹이 줄에서 미끄러지며 바로 옆에 있던 내 수술한 다리에 펀치를 날렸다.
"악!!!!!!"
넘어질까, 물건에 걷어차일까, 어디에 부딪힐까 애지중지 보호해 온 다리였다. 수술한 이후 상처를 소독하면 건드리기만 해도 아파 울던 내 다리였다. 그런데 주먹이라니!
참아왔던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여전히 변기에 손을 짚고 넘어지지 않으려고 애쓰는 중이었다. 아픈 다리조차 움직일 수 없었다.
앞에 앉은 담당자도 마찬가지였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초조함이 울고 불고 하고 있는 나에게까지도 전해져 왔다. 그는 그렇게 하염없이 남의 다리를 만지며 미안하다, 죄송하다, 하며 당황스러워했다.
이제 와서 보조기를 안 한다 할 수도 없어 그저 빨리 해달라고 이야기했다. 괜찮다는 말은 죽어도 나오지 않았다. 굳은 석고를 칼로 잘라낼 때는 또 어떤 실수를 할지 두려워 내 등뒤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그렇게 한참을 아무 말도 없이 석고 작업이 끝났다. 마음속으로 하고 싶은 말이 백만 가지였지만 그냥 다 삼키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