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선생님이 축구를 좋아한다니 아이들의 얼굴에 의아하면서도 신기한 표정이 떠올랐다. 축구클럽에 나가고 있다는 말을 전하자 아이들은 당장이라도 선생님과 축구를 한판 같이 하자고 떠들어댔다. 이런 게 예전에 느껴보지 못한 전우애 같은 감정일까, 싶어 웃음이 나왔다.
아이들은 점심시간에 점심을 먹는 둥 마는 둥 순식간에 먹고 무작정 운동장으로 뛰어나가 누군가가 들고 온 공을 뻥뻥 찬다. 5교시 시작 종소리를 들으며 땀냄새를 폴폴 풍기며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 교실로 오는 아이들을 보며 실은 너무 부러웠다.
가끔 옆 반 남자 선생님들이 함께 공을 차주는 모습을 보며 아이들과 하이파이브하는 모습에 샘이 나기도 했다. 그런 날이면 아이들은 축구 잘하는 남자 선생님 반이 부럽다며 나를 한껏 약 올리기도 했으니 말이다.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는 나를 말린 건 신랑이었다.
6학년 남자아이들 힘이 얼마나 센지 아냐고, 같이 달리다가 몸싸움에 이겨내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공이라도 얼굴에 맞으면 큰일이라면서 말이다. 6학년 2학기가 되면서 아이들 덩치가 정말 산만해지긴 했다. 대부분 선생님보다 키가 더 크기도 했고...
어떻게 해야 할까...
6학년 2학기 교육과정 중에 체육교과에는 축구가 포함되어 있다. 고민하다 일단 아이들의 축구 실력을 한번 살펴보기로 했다. 점심시간이 아닌 체육시간에 축구를 하기로 한 아이들은 전날부터 들썩들썩 신이 났다. 축구시합도 하냐면서 다들 축구화, 운동복을 챙겨 입고 오는 성의까지 보였다. 물론 여학생들은 진짜 축구를 하냐면서 상반된 표정을 지었지만...
처음에는 드리블, 패스 등 기본기연습을 시켰다. 물론 남학생들은 신이 나서 날아다녔고 여학생들은 자꾸 공이 여기저기로 도망가서 잡아오기 바빴다.
나는 그저 공이 내 쪽으로 도망 올 때 한 번씩 뻥 차 주었다. 그것만으로도 남학생들의 기대감을 한 몸에 받기 충분했다.
그날 이후 쉬는 시간마다 남학생들은 선생님을 가만두지 않았다. 함께 축구하자면서 사랑의 총알 비슷한 눈빛을 쏘아댔으니 그것으로 만족스러웠다. 심지어 몇 번의 축구 체육시간이 지난 이후에는 다른 반 남학생들까지 나를 보러 왔다. 알지도 못하는 다른 반 담임선생님을 붙잡고 축구할래요? 하는 이상한 데이트신청을해왔다.
신랑말대로 확실히 남학생들과의 경기에서 함께 뛰기는 무리가 있을 것 같았다. 그저 선생님은 축구를 좋아하고 잘한다는 상상 속에서 환상을 심어주는 선에서 마무리하기로 했다.
부디 상상 속에서 신나게 선생님과 축구하는 꿈을 꾸길~ 오늘은 손을 번쩍 들어 기분좋은 하이파이브를 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