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년이 되어 새로운 친구들과 새로운 선생님을 만나 모두가 자기소개를 할 때 단 한마디도 못하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만남 첫날 아무도 그 아이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습니다. 쉬는 시간이 되어도 자리를 벗어나지 않고 그대로 자리에 앉아 있었습니다.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아이는 조용히 학교에 왔다가 조용히 집으로 향했습니다.
그래도 발표내용을 정해주고 함께 해보자 하는 선생님의 권유에 못 이기는 척 따라 하기도 했습니다. 새로 만난 짝꿍이 재미없다 할 때도 조용히 웃음을 지어 보이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가며 학급 친구들이 조금씩 익숙해지기 시작하면서 자신의 목소리를 조금씩 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친해지는데 시간이 오래 필요한 아이는 다른 아이들과 다른 시간을 보냈습니다.
친구들에게 얼굴을 보여주는 것이 어색해 아이는 늘 마스크를 착용하였습니다. 음악시간 리코더를 불 때도 마스크를 쓴 채 리코더를 불었습니다. 친구들 앞에서 리코더 연주는 자신 없어했습니다. 모두가 돌아간 뒤 아무도 남지 않았을 때 선생님 앞에서만 리코더 연주를 들려주었습니다.
교실에서 아이의 목소리를 들으려면 아주 긴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어느 금요일, 선생님은 학교에 출근하지 못했습니다. 다른 일 때문에 그날 하루 학급은 다른 선생님께서 대신 수업을 해주셨습니다. 그렇게 주말이 지나고 다시 돌아온 월요일, 아이들이 금요일부터 주말을 어떻게 보냈을까, 잘 지냈을까 하는 마음으로 서둘러 출근하였습니다.
우리 반의 애교쟁이 친구가 뛰어오면 선생님을 맞아줍니다. 아직 등교하기 이른 시간이라 교실에는 애교 많은 아이와 말이 없는 아이 둘 뿐이었습니다.
- 선생님,금요일에 안 오시니 너무 보고싶었어요. 금요일에 못 보니 주말까지 너무 오랫동안 못 봤잖아요~
애교 많은 아이의 달달한 애교에 녹을 것 같습니다. 환하게 웃는 아이 뒤로 말이 없는 아이가 가만히 다가옵니다.
- 저도요...
아이들이 많았다면 아이의 작은 목소리를 놓칠 뻔했습니다. 두 아이 모두 꼭 안아주고 싶었지만 요즘 학교에서 스킨십은 자제해야 합니다. 대신 환한 웃음으로 맞아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