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설날입니다. 설날이면 가장 신난 사람은 아이들입니다. 오랜만에 사촌들을 만나고, 용돈도 받고, 맛있는 것도 먹고, 신나게 노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엄마인 제가 다리를 다쳐 옴싹달싹도 못하게 생겼습니다. 명절뿐만 아니라 긴긴 겨울 방학 동안 예약해 둔 해외여행도 다 취소하면서 어디 여행은 꿈도 못 꾸게 되었습니다. 겨울이면 따끈한 온천 여행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물에 들어갈 수도 없고 오랫동안 누워있어야 하는 엄마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이제 다리 골절 수술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휠체어에 한 3시간만 앉아있어도 다음날까지 다리가 퉁퉁 부어버리더라고요...)
아이들은 방학이지만 학교 돌봄 수업에 날마다 참여합니다. 친구들과 노는 것이 재미있다고 신나게 며칠 나가던 학교는 마치 방학이 아닌 것 같다며 금세 시무룩해져서 돌아왔습니다.
- 엄마를 얼마큼 사랑해?
- 하늘만큼 땅만큼 사랑하지요!
- 어떤 것을 주면 엄마랑 바꿀래?
- 아무것도 못 바꿔요.
- 멋진 옷을 사줘도? 아주 맛있는 음식을 사줘도? 비싼 장난감을 사줘도?
- 다 싫어요.
아이들이 엄마를 사랑하는 만큼 아쉽지만 겨울 방학을 참고 있습니다.
- 이번 설날에 아빠는 시골에 다녀와야 하는데 엄마는 다리가 아파서 못가.. 혹시 엄마 간호해 주며 집에 있을 사람 있어?
라라와 루루 둘은 서로를 쳐다봅니다. 곧 1학년이 되는 루루가 번쩍 손을 듭니다.
- 엄마, 제가 간호해 줄게요.
3학년으로 올라가는 언니 라라도 서둘러 손을 듭니다.
- 아니에요, 제가 할게요!
마음이 찌릿하고 조여옵니다. 얼마나 기다리던 사촌들과 만남인데 아픈 엄마를 위해 다 포기할 줄 알다니요.
- 아니야, 한 명만 있으면 돼. 누가 도와줄 수 있을까?
얼굴은 서운한 마음이 한가득인데 사랑하는 엄마가 혼자 누워있을 생각을 하니 안 되겠는지 서운한 마음을 누르고 서로 자기가 남아 엄마를 돌보겠다고 손을 듭니다.
이번에 제가 안 되겠습니다. 제가 손을 들었습니다.
- 안 되겠다. 엄마가 우리 딸들 너무 사랑해서 안 되겠어. 둘 다 너무 가고 싶지? 방학인데 다른데도 못 가는데 친척들 만나서 재미있게 놀다 와야지. 엄마가 엄마를 조심해서 돌보고 있을게. 그냥 아빠랑 셋이 다녀와~
엄마 진짜 괜찮아요? 묻는 딸의 얼굴 사이로 배시시 웃음이 새어 나옵니다. 저도 함께 배시시 웃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