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학년은 너무 커서(가끔 선생님보다 진짜 키가 크기도 하고) 선생님을 선생님으로 보지 않기도(?) 합니다. 사춘기를 지나며 다양한 친구관계로 고민과 사건이 많습니다. 이 편을 들면 그게 아니라고 화가 나고, 저 편을 들면 이게 아니라고 화가 납니다.
1-2학년은 너무 어려서 가끔은 유치원생인가 싶을 정도의 놀랍기만 한 일이 벌어집니다. 화장실을 혼자 가기 무섭다거나 같이 가달라거나 심지어 엉덩이를 닦아달라고 합니다. 체험학습을 가면 열에 1명 정도는 옷에 오줌을 싸거나 차에서 토를 합니다. 엄마가 보고 싶다고 울기도 합니다. 6학년을 가르치다 1학년은 지도하려고 하면 그 큰 차이에 깜짝 놀랍니다.
그래서 그 가운데 있는 3-4학년은 무난합니다. 너무 어리지도, 너무 크지도 않습니다. 선생님 말씀을 적당히 잘 듣고 자신의 의견도 적당히 잘 내세웁니다. 적당히 스스로 할 줄 알고 적당히 친구들과 지낼 줄도 압니다.
사회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적당히]라는 가치는 오히려 빛을 발하기도 합니다. 적당히 평범하게 사는 게 오히려 어려운 시대이기도 합니다.
2023년 제가 맡은 학년은 4학년입니다. 가장 적당한 아이들이 주는 행복을 적당히 잘 누리며 1년이 마무리되어 갑니다.
2023년 4학년이 된 아이들로 말하자면,
2020년 우리나라에 첫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하며 사상 초유의 초등학교 입학이 미뤄지는 사태를 겪은 아이들입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여 한참 기본생활습관을 익히며 배워야 할 시기에 몇 달간 학교로 등교하지 못했습니다. 4월이 되어서 입학식이라고 해봤자 랜선입학식을 경험하고 온라인수업을 처음 배워야 했습니다. 1학년이던 내내 2일은 등교, 3일은 온라인 수업 등으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습니다. 하루종일 마스크를 쓰고 친구들과 이야기도 못하고 물건도 나눠 쓰지 못하며 짝꿍이라는 관계가 사라지는 등 사회성에 대한 교육 또한 자연스럽게 익히지 못했습니다. 그런 시기가 2년이나 지난 후 지난 3학년 시기부터 제대로 학교를 다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꼭 배워야 할 시기에 배울 내용을 놓치면 제대로 배우기가 쉽지 않습니다. 올해 아이들이 정말 그랬습니다. 4학년이라고 교실에 앉아있는데 몸이 아니라 마음과 생각이 아직 2학년 같았습니다.
그래도 적당한 4학년이었기에 1년 동안 선생님을 잘 따라와 주었습니다. 아침에 학교 오면 선생님께 인사하기, 사물함과 서랍 정리하기, 아침시간 독서하기, 쉬는 시간에 미리 수업준비하기, 교과서 꺼내두고, 40분 동안 앉아서 수업 집중하기, 친구들과 의견이 맞지 않을 때 조율하기, 선생님께 이르지 않고 스스로 해결하기, 모둠활동으로 협동하기, 바른 글씨 쓰기 등 사소한 일들이지만 차근차근 기본생활습관을 다시 익혀 나갔습니다.
이제 2학년 같던 4학년 아이들이 드디어 4학년 같은 4학년 아이들로 잘 배우고 성장했습니다.
어쩌죠? 잘 키워두었더니 어느덧 5학년이 되어버리겠네요.
우리 아이들이 [적당히]의 가치를 잘 기억하는 5학년, 6학년으로 성장하길 기도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