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학년은 상상력이 풍부해서 100살이라고 하면 믿기도 하고(?) 가끔 자기는 1000살 아니 2000살이라면서 더 오버하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또 묻습니다.
-결혼했어요?
선생님과 결혼하고 싶은 걸까요? 한국인 특유의 오지랖은 어릴 때부터 시작되나 봅니다. 처음 아이들과 만나면 호구조사가 펼쳐집니다.
결혼을 했다 하든, 하지 않았다 하든, 무조건 다음 질문은, 아이 있어요?입니다.
결혼을 안 했다고 해도, 아이 있어요? 하며 까르르 웃어댑니다.
다음 질문은 들으나 마나겠죠?
- 아이는 몇 명이예요? 몇 살이에요?
고학년 아이들에게는 일단 처음부터 스무 살이라고 밀고 나갑니다. 그러면 아이들은 논리적으로 접근합니다. 선생님이 대학을 졸업하고 교사가 되려면 최소 스무 살은 넘어야 하니 선생님말은 거짓이고 얼굴로 보아 혹은 아이가 몇 살인 걸로 보아 몇 살쯤 되었겠네, 하며 대략적인 나이를 짚어냅니다. 가끔은 그 추리가 소름이 돋을 정도이나 절대 티 내지 않습니다. 꿋꿋이 스무 살이라고 오히려 언니라고 부르라고 장난을 치기도 합니다.
올해 우리 반 4학년 아이 중에 동희라는 한 아이가 있습니다. 선생님 나이가 너무 궁금했나 봅니다. 2학기가 되어서도 자꾸 물어봅니다.
"선생님 몇 살이에요?"
선생님이 스무 살이라고만 대답하고 답을 해줄 것 같지 않자 거래를 하자고 합니다.
- 무슨 거래?
- 잠시만요,
하더니 급하게 종이 한 장을 뜯어 뭐라고 끄적입니다.
이게 뭔가 싶어 보니 아파트를 주겠다고 계약서를 적어왔습니다.
이름은 비밀!
-선생님이 나이를 알려주지 않으니 선생님 딸의 전화번호를 알려주세요, 전화해서 물어보려고요, 대신 전화번호를 알려주면 제가 아파트를 하나 사드릴게요!
아파트가 얼마나 비싼 건지 알고는 있는 걸까요? 더 놀리고 싶은 마음에 구체적으로 언제쯤 사줄 건지 물어보았습니다. 동희는 고민 끝에 내년 5학년때 사준다고 합니다. 이런 거래는 얼마든지 환영입니다. 저는 선뜻 다른 종이에 전화번호 하나를 적어주었습니다.
010-1234-5678 이라고요,선생님 딸 번호야!
머리를 긁적이며 돌아간 아이는 다시 돌아왔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번호는 없는 번호 같다나 뭐라나.
그럴 줄 알고 계약서에 다 방법이 있다면서 계약서 뒷면을 꼭 확인하라고 당부하며 돌아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