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eal D Apr 04. 2016

사랑, 사랑, 누가 말했나.

#27

한달 만에 서점에 갔어요.

언제 맡아도 좋은, 쌓여진 책들 속 고유의 내음.
사려고 마음 먹은 책을 찾고 있었는데, 내가 당신에게 마지막으로 선물했던 책이 먼저 보였어요.

한 숨 한번 내쉬고, 직원의 도움을 받아 한 권 남은 나의 책을 찾았죠.

계산대로 향하는데, 당신 차에서 보았던 차량용 방향제가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다시 한 숨 한번 내쉬고, 길을 돌아 가버렸어요.

이뿐만이 아니에요.

당신과 주고받은 메일, 그대로 남아있는 대화 내용, 이곳 저곳 남겨진 당신의 사진이며 명함들..
당신과 처음 식사했던 곳, 식사 후 항상 들렀던 카페, 당신이 들려준 영화, 차에서 흘러나오던 음악들..

문득문득 예상하지 못했던 것들이 여기저기서 마구 튀어 올라요. 짧았던 우리의 날들에도 불구하고 너무 많은 잔상들이 나를 따라다녀요.

얘들, 도대체 언제쯤 자기 집으로 돌아갈까요?
집 나온 기억 조각들의 쉼터가 되어주기엔 나의 정신이 너무 가난하고 메말랐어요. 그러니 어서 다 끄집어내 데려가 줘요. 이러다 내가 쓰러지기 전에요.


매거진의 이전글 사랑, 사랑, 누가 말했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