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미소 - 마음으로 닿은 눈빛

by 햇살이 머문 시간


인큐베이터 속 공기는 언제나 일정했다.
온도도, 습도도, 소리도 조심스럽게 유지되었다.
그곳은 작은 생명에게 세상과의 첫 교실이자,
엄마에게는 기다림의 교실이었다.

아이는 여전히 호흡기와 영양 주사에 의지하고 있었지만,
그 모습이 더 이상 낯설지 않았다.
나는 매일 같은 자리에서
아기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을 걸었다.
“엄마야, 오늘도 왔어. 잘 있었지?”
물론 대답은 없었지만,
어느 날부터인가 그 침묵 속에서도
무언가가 오고 간다는 걸 느꼈다.

그날도 면회시간에 맞춰 병원을 찾았다.
소독약 냄새가 스며든 손끝이 차가웠다.
가운을 입고 장갑을 낀 채
인큐베이터 앞에 섰을 때,
아이의 눈꺼풀이 아주 미세하게 떨렸다.
나는 숨을 멈췄다.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며 속삭였다.
“아가, 엄마야.”

그 순간,
아이의 눈이 천천히 열렸다.
아직 또렷하지 않은 시선이 허공을 헤맸지만,
잠시 내 쪽으로 머무는 듯했다.
그 몇 초의 순간이
내 세상의 모든 시간이 멈춘 듯 느껴졌다.

“눈을 떴어요.”
간호사가 조용히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눈에서는 눈물이 흘렀다.
그건 단순한 생리적 반응이 아니었다.
태어나 처음으로 아이의 눈을 본 엄마의 눈물이었다.
그 작고 맑은 눈동자 속에는
살아 있는 모든 의지가 담겨 있었다.

며칠 뒤,
아이는 더 자주 눈을 떴고
입가에 아주 미세한 움직임이 보였다.
웃음이라 하기엔 너무 작았지만,
나는 그걸 “첫 미소”라고 불렀다.
그 표정을 본 순간,
내 안에서 오래 눌러왔던 두려움이 사라졌다.

하지만 기쁨이 오래가진 않았다.
의사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제 눈 검사를 해야 합니다.
미숙아의 경우 ‘망막증’ 위험이 높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눈을 떴다는 사실만으로 벅찼는데,
이제 그 눈이 보이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그날 밤, 나는 쉽게 잠들지 못했다.
불 꺼진 방 안에서
작은 손가락과 눈동자가 떠올랐다.
혹시라도 그 눈으로 세상을 보지 못하게 된다면 어떨까.
그 상상만으로 숨이 막혔다.
하지만 동시에,
그동안 버텨온 아이의 힘을 떠올렸다.
“괜찮을 거야.
너는 이미 수많은 고비를 지나왔으니까.”
스스로에게 말하듯 중얼거렸다.

며칠 뒤,
의사는 “현재로서는 큰 이상이 없다”고 말했다.
그 한마디가 얼마나 큰 위로였는지 모른다.
그제야 나는 다시 아이의 얼굴을 찬찬히 바라볼 수 있었다.
그 미세한 미소 하나가,
그날따라 조금 더 선명하게 보였다.

면회가 끝날 시간이 다가오자
나는 여느 때처럼 인큐베이터 위에 손을 얹었다.
유리벽 너머의 아이는 눈을 감고 있었지만,
그 얼굴에는 여전히 작은 미소가 남아 있었다.
나는 그 미소를 마음속에 새기며 말했다.
“엄마도 웃을게.
우리 이제 조금만 더 힘내자.”

병원을 나서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오랜만에 봄 햇살이 부드럽게 내려앉고 있었다.
그 빛이 인큐베이터 속 아이에게도 닿기를 바랐다.
나는 천천히 걸으며 속삭였다.
“오늘은 눈을 떴고, 웃었어.
불안도 있지만,
이건 아주 작지만 너무나 확실한 기적이야.”

제목을-입력해주세요_-001.png


작가의 이전글작은 변화들 -기다림의 시간 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