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근한 할머니를 닮은 호박전
가끔 그리울 때가 있다.
서랍 속 고이 모셔둔 옛 일기장이
엄마 아빠의 오래된 사진첩이
남편과 처음 만났던 날의 설렘이
첫 아이를 임신했을 때 기쁨이
열 달 품고 있다 처음 보았던 쭈글한 그 얼굴이
할머니의 따뜻한 빈 젖이
그런 감정들이 나를 덮쳐오면
나는 그에 맞는 요리를 해본다.
오늘 아침
밤새 할머니 꿈을 꾸고 난 후
그립고 그리워 늙은 호박전을 만들었다.
할머니를 똑 닮은 음식
투박하지만 달콤하고 포근하다.
늙은 호박 박박 긁어 썰어 놓은 것에 소금 한 꼬집
부침가루와 물 넣고 조물조물
기름 휙 두르고 바삭하게 굽기
앞 뒤 빨리빨리 뒤집어가며
아침부터 그리움을 곁들여 맛있게 먹었다.
재료
채 썬 늙은 호박 500g
부침가루 종이컵 2/3
찹쌀가루는 굽기가 어려워 생략
멥쌀가루는 없어서 생략
물 종이컵 1/3 + 봐가며
소금 한 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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