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이라는 블랙홀
7월 7일
견우직녀 만난 날 나는 대학병원 의사 선생님을 만났다.
암은 확실하고 이 정도면 2기는 넘는다고
전이가 되었는지 검사해보고 수술이든 항암이든
빨리 하자고 하셨다.
수술 전 검사
왼쪽 가슴에 있던 다른 혹의 조직검사
- 여전히 주사는 적응이 안 되고 아프다.
특히 마취주사는 맞을 때 따끔하고 나서 약 들어갈 때
아프고 그 후 조직 검사할 때는 마취해서 느낌이 없다.
이틀 동안 샤워 못하고 부위에 물이 들어가면 안 돼서
고개 숙이고 머리 감고 하체 씻고
상체는 거즈에 스킨 묻혀 구석구석 잘 닦았다.
피검사, 소변검사, 심전도 검사, 유방초음파, 유방촬영술
7월 8일
mri -검사 전 정맥에 병원에서 제일 굵다는 주삿바늘을
꽂아두고 주사기 모양의 약통을 손에 쥐고 있다
검사 중 약을 넣는데
정말 친절하고 베테랑이신 샘을 만나 바늘 들어갈 때
진짜 생각보다 안 아팠다.
유방암 mri는 가슴모양으로 구멍을 뚫어둔 침대에
가슴을 넣고 엎드려서 찍는다.
나는 30분 정도 했는데 귀에 귀마개와 큰 헤드셋을 해도
소리가 아주 크고 그 소리가 일정하지 않고 제각기 들려
좀 괴로웠는데 그냥 어느 EDM 나이트클럽에 들어와서
생전 처음 들어보는 EDM 음악을 듣고 있다 생각했다.
제일 힘들었던 건 엎드려 있으니
눈썹 뼈가 너무 아팠다는 건데 그래도 참을만했다.
Pet CT - 들어가기 전 미온수 2컵을 마시라 해 마시고
들어갔다.
아까 맞은 주삿바늘에 다른 약을 꽂아두고
두 팔은 하늘 위로 쭉 올리고 누워서 천장을 바라보고
시작한다.
동그란 통 안으로 들어가면 통 안쪽이 빙빙 돌아가는
것이 보이는데 마치 우주선에 탄 기분이라 또 우주선 타고 어느 별이 간다 상상하던 찰나
"약 들어갑니다." 하자마자 구토가 몰려왔는데
계속 침 삼키며
입으로 심호흡하며 끝날 때까지 겨우 참았다.
10분 정도 지나고 나와서 또 미온수 두 컵을 마시고
5분간 지켜보자 했는데 한쪽 팔이 갑자기 가려워서 보니
두드러기 같은 게 하나 올라와서 또 미온수 두 컵을 마시고 화장실에 다녀왔다.
하루에 물 2-3컵 정도 마시는 내가 갑자기 이렇게 많은
물을 마시려니 좀 괴로웠다.
검사할 때 들어간 약은 소변으로만 배출되니 물을 많이
먹어 빨리 배출시켜야 하며
아니면 두드러기가 확 번질 수 있다 했다.
겁나서 또 두 컵을 마시고 기다렸다 화장실 다녀온 후
집으로 왔다.
혹시 다음에 다른 병원에서 조영술을 할 경우
이런 알레르기와 구토 반응을 미리 알려주면 조치를
취해준다 했다.
7월 9일
비뇨기과- 소변검사 결과가 좋지 않아 재검사를 했다.
만약 다음 주 수술한다 해도 괜찮은 정도라 하니 다행이다
전신 뼈 촬영- 방사성의약품 주사를 1시 30분에 먼저
맞고 4시 30분까지 기다리다 똑바로 누워서 30분 정도 촬영하는데 중간중간 졸았다.
요즘은 항상 긴장해서 그런지 머리만 갖다 대면
깜빡 잘 잠든다.
주사 맞고 기다리는 동안 거의 10년을 길러온
허리까지 오는 긴 머리카락을 귀위로 싹둑 잘랐다.
왠지 무슨 의식을 치르는 느낌...
시원했다. 좀 섭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