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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단장 Jun 23. 2022

수술인 건가

항암 뒤에 수술. 산 넘어 산.

3주마다 한 번씩 총 6회의 항암을 마치고

겨우 몸을 추스르고는 수술 날을 잡았다.


11월 17일

입원-성형외과 가서 가슴에 그림 그리고 피도 뽑고

수술 전 성형외과와 유방외과 전문의 샘들와서

수술에 관한 설명 듣고 싸인하고... 정신이 하나도 없네.

이 병원 식당에 충무김밥과 우동이 맛있어서

올 때마다 먹는데 오늘은 왠지 맛이 없다.

내일 수술이라 잔뜩 긴장해서 뭘 먹어도 맛이 없다.


11월 18일

아침 일찍 친구가 보호자 등록을 하고 입원실로 왔다.

남편은 평일이라  때문에  와서 아이  키우며 

부산 사는 친구가 항암 때도  봤는데 

수술은 내가 지켜보고 싶다며 대구까지 와서 

친정엄마에게 애들을 맡기고 보호자로 왔다.

입원실로 들어오며  보자마자 눈물부터 

왈칵 쏟아내는 친구는  맘을 다잡고 걱정하지 말라며 

실없는 농담을 하기 시작했다.


그래 때로는 가족보다 친구가 더 편할 때도 있지.

오히려 수술 날 친구가 있으니 맘이 좀 가벼워졌다.


무릎 아랫부분에 정맥 주삿바늘을 꽂고

수술 도중 림프 전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감시림프절을 떼서 조직검사를 하는데 

수술 전에 겨드랑이에 표시를 하고 

유륜둘레에 주사도 맞았다. 아프다.

정말 주사는 아무리 맞아도 적응이 안 된다.


수술은 오후 2시쯤 시작되어 5시쯤 끝났다.

수술실... 정말 공포스럽다.

손가락에 발가락에 막 뭐 꽂고 관자놀이 쪽에도

침이 여러 개 박힌 거 테이프같이 뭐 붙이고

아~ 붙일 때 따가움 ㅜㅜ

호흡기로 숨들이 마시세요~ 몇 번 하다가 정신을 잃었다.

깨어나니 회복실이었는데 수술부위가 아프지는 않았다.

압박붕대로 꽁꽁 싸매 놔서 느낌이 없었고

무통주사 부작용으로 계속 토하려고  대는 바람에

비싼 무통주사는 빼버려야 했다. 고통은 참을만했다.

잠들면  되고 계속 숨쉬기 하라 해서 2시간 동안 

열심히 호흡했다.

그 후론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계속 잠만 잤다.


수술은 잘되었다.

림프절 전이도 없고 암덩어리도 항암약 덕분에 

껍데기만 남아서  도려냈다고 했다.

넓게 퍼져있던 석회 때문에 속을 싹싹 긁어내

껍질만 남은 내 가슴에는 아무 감각이 없었다.

수술부위 고인  등을 빼내려고 옆구리에 구멍을 

  뚫어 호스를 연결해 주머니 같은걸 달아 두었는데 

누웠다 일어날 때면  구멍 부위가 움직여 

 찢어진 살에 소금 뿌려놓은 것처럼 아팠다.


수술 중 헤모글로빈 수치가 많이 떨어져 수혈을 3팩 했고

계속 수치가 바닥이라 4일째 되던 날 또 수혈을 했다.

시뻘건 피를 담은 팩이 달려있고 호스로

피가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니 속이 메스꺼웠다.

원인모를 열이 2-3일 지속되어 엑스레이도 수시로 찍고

하루에  번씩 피검사도 하니  팔에는 

온통 피멍 투성이었다.


항암 부작용으로 온몸이 퉁퉁 부었는데

다리는 마치 통나무  개를 달고 있는  같이 무겁고 

무섭게 부었다.

침대에 올라가는 것도 힘들고 변기에 앉는 것도 힘들어진

곧 터져버릴 것 같은 다리가 또 나를 괴롭혔다.


하루 한번 수술 부위를 소독하러 처치실로 가는데

도살장 끌려가는 돼지처럼 가기 싫어  번을 

마인드 컨트롤해야 했다.

그렇게 수술  16 만에 퇴원을 하고 

집에 가서는 꼬박 하루는 잠든  같다.


그래.

난 또 해냈고, 앞으로도 해낼 거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겠지.

넘고 넘고 또 넘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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