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 뒤에 수술. 산 넘어 산.
3주마다 한 번씩 총 6회의 항암을 마치고
겨우 몸을 추스르고는 수술 날을 잡았다.
11월 17일
입원-성형외과 가서 가슴에 그림 그리고 피도 뽑고
수술 전 성형외과와 유방외과 전문의 샘들와서
수술에 관한 설명 듣고 싸인하고... 정신이 하나도 없네.
이 병원 식당에 충무김밥과 우동이 맛있어서
올 때마다 먹는데 오늘은 왠지 맛이 없다.
내일 수술이라 잔뜩 긴장해서 뭘 먹어도 맛이 없다.
11월 18일
아침 일찍 친구가 보호자 등록을 하고 입원실로 왔다.
남편은 평일이라 일 때문에 못 와서 아이 둘 키우며
부산 사는 친구가 항암 때도 못 봤는데
수술은 내가 지켜보고 싶다며 대구까지 와서
친정엄마에게 애들을 맡기고 보호자로 왔다.
입원실로 들어오며 날 보자마자 눈물부터
왈칵 쏟아내는 친구는 곧 맘을 다잡고 걱정하지 말라며
실없는 농담을 하기 시작했다.
그래 때로는 가족보다 친구가 더 편할 때도 있지.
오히려 수술 날 친구가 있으니 맘이 좀 가벼워졌다.
무릎 아랫부분에 정맥 주삿바늘을 꽂고
수술 도중 림프 전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감시림프절을 떼서 조직검사를 하는데
수술 전에 겨드랑이에 표시를 하고
유륜둘레에 주사도 맞았다. 아프다.
정말 주사는 아무리 맞아도 적응이 안 된다.
수술은 오후 2시쯤 시작되어 5시쯤 끝났다.
수술실... 정말 공포스럽다.
손가락에 발가락에 막 뭐 꽂고 관자놀이 쪽에도
침이 여러 개 박힌 거 테이프같이 뭐 붙이고
아~ 붙일 때 따가움 ㅜㅜ
호흡기로 숨들이 마시세요~ 몇 번 하다가 정신을 잃었다.
깨어나니 회복실이었는데 수술부위가 아프지는 않았다.
압박붕대로 꽁꽁 싸매 놔서 느낌이 없었고
무통주사 부작용으로 계속 토하려고 해 대는 바람에
비싼 무통주사는 빼버려야 했다. 고통은 참을만했다.
잠들면 안 되고 계속 숨쉬기 하라 해서 2시간 동안
열심히 호흡했다.
그 후론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계속 잠만 잤다.
수술은 잘되었다.
림프절 전이도 없고 암덩어리도 항암약 덕분에
껍데기만 남아서 잘 도려냈다고 했다.
넓게 퍼져있던 석회 때문에 속을 싹싹 긁어내
껍질만 남은 내 가슴에는 아무 감각이 없었다.
수술부위 고인 피 등을 빼내려고 옆구리에 구멍을
두 개 뚫어 호스를 연결해 주머니 같은걸 달아 두었는데
누웠다 일어날 때면 그 구멍 부위가 움직여
꼭 찢어진 살에 소금 뿌려놓은 것처럼 아팠다.
수술 중 헤모글로빈 수치가 많이 떨어져 수혈을 3팩 했고
계속 수치가 바닥이라 4일째 되던 날 또 수혈을 했다.
시뻘건 피를 담은 팩이 달려있고 호스로
피가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니 속이 메스꺼웠다.
원인모를 열이 2-3일 지속되어 엑스레이도 수시로 찍고
하루에 두 번씩 피검사도 하니 내 팔에는
온통 피멍 투성이었다.
항암 부작용으로 온몸이 퉁퉁 부었는데
다리는 마치 통나무 두 개를 달고 있는 것 같이 무겁고
무섭게 부었다.
침대에 올라가는 것도 힘들고 변기에 앉는 것도 힘들어진
곧 터져버릴 것 같은 다리가 또 나를 괴롭혔다.
하루 한번 수술 부위를 소독하러 처치실로 가는데
도살장 끌려가는 돼지처럼 가기 싫어 몇 번을
마인드 컨트롤해야 했다.
그렇게 수술 후 16일 만에 퇴원을 하고
집에 가서는 꼬박 하루는 잠든 것 같다.
그래.
난 또 해냈고, 앞으로도 해낼 거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겠지.
넘고 넘고 또 넘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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