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탈모...
나를 길러준 분은 친할머니이다.
돌이 되기 직전 데려와서 자신의 빈 젖을 빨리고
우유를 숟가락으로 떠먹이며 그렇게 금이야 옥이야
애지중지 나를 키우셨다.
일찍 남편 잃고 다섯 남매를 키우느라
생활전선에서 싸우다 보니 자식들에게 정은커녕
따뜻한 눈길도 주지 못했는데
이제 자식들 다 키우고 하나둘 시집 장가보내고 나니
사랑 못 받았다며 자식들은 등을 돌리고
곁엔 아무도 없었다.
그즈음 첫 손녀인 나를 보니 너무 이뻐서
반대하던 결혼 내가 져줄 테니
그 아이 내가 키우겠노라며 뺏다시피 나를 데려왔다.
나로서는 큰 행운이었다.
넘치는 사랑받고 부족한 것 없이 생활했으니...
시집을 가도 아이를 셋 낳아도
언제나 할머니에게 나는 어리고 어린 아가.
그런 아가가 몹쓸 병에 걸려 머리카락은 다 빠지고
몰골이 말이 아니었으니 그녀의 가슴은 찢어졌다.
한 일 년 숨기고 할머니 댁에 가지 않으려 했으나
매월 2번씩 정기적으로 가지 않으면 큰일 나는 분이기에
남편과 나는 면역력이 약해져서 몸이 좋지 않아
병원 치료를 꾸준히 받아야 한다고 둘러댔다.
암이란 말은 차마 할 수 없었다.
할머니는 30대 초반에 심각한 영양실조와 열병으로
탈모가 시작되어 가발을 쓰고 다니셨다.
일반인의 1/4 수준의 모량이다 보니
가발을 쓰지 않을 수 없었고
그로 인해 꽤나 스트레스를 받으셨다.
지금은 98세라 바깥 외출을 못하셔서 집에서는
가발을 벗고 계신다.
나도 가발을 쓰고 할머니 댁에 가봤지만
평소 눈썰미가 좋은 울 할머니에게 딱 걸려서
면역력 저하 때문에 머리카락이 빠진다고 둘러대야 했다.
"아이고 니 대가리가 중대가리가 되었냐." 하시며
펑펑 우시는데 남편과 나는 그 말이 웃겨서 큭큭 웃었다.
할머니는 왜 이런 것까지 날 닮았냐며 자신이 잘못해서
그런 것처럼 가슴을 탕탕 치신다.
그럼 나는 "할매 자식이니까 닮았지!" 하며 놀리듯 웃는다.
항암이 다 끝나고
이젠 제법 자란 내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아이다 니는 내 안 닮았데이~ 이래 머리카락이
콩나물 맨치로 쑥쑥 나잖아!"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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