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풀꽃

지극히 사적인 시

by 아로

잘 가다가 툭 넘어진 그 자리에

실오라기 풀이 하나 자랐다.


캄캄하고 축축했던 흙 속에서

티끌처럼 작은 풀이 자랐다.


헤집혔던 마음들의 언저리에

대수롭지 않은 풀이 자랐다.


고단하게 살아왔던 어디부터

곱지 않은 무명 풀이 자랐나.


보푸라기 풀이 모여

보풀 꽃이 되었다.


잔잔치 않아

무심히 꺾어 낸 자리에

또 동그란 보풀 꽃이 빵처럼 부풀어 폈다.


피어난 것에는 이유가 있으니

그냥 두고 꽃으로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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