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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로 Nov 17. 2019

오드 아이 섬

배달의 마녀 기행시- (1) 오드 아이 섬 

섬이 떨어뜨린 조각의 조각의 조각 안으로

페스츄리 결을 가진 바람과

뜨겁게 튀겼다 식어진 조그만 응달을 찾아.


'섬'으로 '숨'의 키를 돌렸다.


엎어진 잔 아래 쏟아진 이 거대한 물은

대체 무엇을 죽어라 게워내 찾는 걸까.


벌거벗은 아기가 아창아창 걸어간다.

 입가의 거품을 닦아줄게 하고.

푹푹한 살 속에서 갓자란 발목이 여러 번 뽑히더니

성난 토사물에 자지러진다.

아기의 숫구멍이 반짝이고

눈송이 같은 눈동자에 하늘색 그대가

참 예쁘게도 번졌다.

태평양 돌고래들이 따라 웃는 소리가

손에 뜨겁게 쥐였다 사라진다.

붓을 쥔 그대는 콜록콜록.


나는 지금 뭍과 물의 경계에 앉아

뭍이었다 물이었다를 반복하다

그대가 바삭한 섬을 야금야금 파 먹는 걸 목격한다.

그대는 손톱 아래 낀 부스러기들을 바위에 튕기어

새하얀 물꽃을 피웠다.

꽃향기를 맡은 사향제비나비들이 저승의 꽃 안에서

검은 날개를 나불거리다 사라진다.

에취 에취 나는 꽃 알러지야.     


오드아이 속으로 거침없이 프리다이빙하는

태양을 바라본다.

해는 무어를 찾느라 심해의 커튼까지 기웃대는지.

바다의 바닥에 누워 그를 골똘히 올려 본다.

두 개의 수정체가 고양이 눈처럼 볼록해지다

물방울로 떠오른다.

따스한 그대의 애무에 세상의 모든 그물이 사라진다.

       

목마른 사람들은 잔을 찾아 물의 무덤을 오고 간다.

저들의 목소리가 배를 칭칭 감고 반대로 끌고 가면

섬은 그제야 섬이 되고

나는 비로소 숨의 키를 내려놓는다.


많은 숨을 몰아낸 그대가 찬찬히 나를 올려 본다.


마성의 그대는 가르마를 타고

고래 포마드를 바르고

달빛 역광 속 연극을 시작한다.

섬의 유골은 바다의 사자가 되어 몽마를 쫓고

아사 직전의 고양이들이 오르골처럼 울어대는.

깽깽 매미들이 대이륜 능선에 나란히 앉아

히비스커스가 새빨간 이불을 뒤집고 웅크려 떨며

섬 그림자가 나무의 머리채를 흔들고 싸우는 것을 관망한다던지.

암막의 밤하늘에 금빛 비늘이 오돌토돌 돋아나고

커다란 검은 장막이 푸드덕 날아갈 때.

그대는 벌거벗은 소녀를 비틀비틀 불러낸다.

네 입술의 거품을 닦아주겠노라고.

밤새도록 푸른 유니콘의 등줄기에

두 개의 달이 성나게 춤을 춘다.


그대는 소녀의 거친 숨을 듣는다.

섬의 목을 조였다 놓았다

태초의 그리움을

욕망의 슬픔을

두 손 가득 움켰다

새하얀 물꽃을 뜨겁게 물린다.

그리고 모든 것이 여기서 조각난 것임을

이 섬을 기억하는 물방울이

여기저기 보석처럼 박혀있다고.

속삭인다.


스윽, 하늘을 본다.

느닷, 비가 온다.

느닷, 달이 진다.


「오드아이 섬 - 배달의 마녀 여행 중. 2019.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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