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레시피의 보상제도 특강 1 편 (프롤로그)
3월에 모 단체에서 주관하는 HR 관련 강연회에서 '보상제도'를 테마로 강의를 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2003년부터 10년간 HR 기획 및 운영업무를 담당한 그래도 꽤 괜찮은 HR 분야 전문가입니다. 그래서 강의 준비하면서 고민하고 정리한 내용을 올리고자합니다..
직딩 노예에서 벗어나려면 '시장에서 팔릴 수 있는 필살기'가 있어야 한다고 얘기드렸죠? 이런 강의가 시장에서 먹히면 내 필살기가 하나 있다고 판단해도 되겠죠?
어느 분야 전문가라면, 무엇이든지 '한마디'로 그것을 정의할 수 있어야 합니다. HR제도 중 보상제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내가 이 글을 읽으시는 분에게 바라는 것은 딱 한가지입니다.
보상제도는 OOOO이다.
여러분이 이 글을 읽고 나서 이 동그라미 대신 쓸 수 있는 단어 한가지를 가슴 속에 품기를 희망합니다. 그리고 부디 그 한 단어는 여러분의 머리(이성)뿐만 아니라, 가슴을 울렸으면 합니다.
오늘의 화두는 보상제도를 어떤 관점으로 보아야할까를 같이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두가지 관점이 있습니다. 하나는 경제학적 관점, 다른 하나는 심리학적 관점입니다. 두 관점 사이에는 유사한 점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명백한 차이 한가지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경제학적 관점은 사람을 '100% 합리적 판단'을 하는 존재로 가정한다는 점입니다.
우선 최근 화제가 되었던 미국의 '그래비티 페이먼츠' 사례를 보면서 제가 제기한 화두를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CEO 댄 프라이스는) 현대판 로빈후드!!"
"자본주의를 질서를 무너뜨리는 사회주의적 발상이다."
CEO가 이렇게보상 정책을 변경하자 다른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요?
- 인건비 과다로 회사 수익성이 낮아질 것이다.
- 일 잘 하는 직원들의 이직율이 증가할 것이다.
- 즉, 얼마 못 버틸 것이다. 왜냐하면, 시장 원리에서 벗어나는 정책은 실패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회사 지분 30%를 보유한 그의 형은 그를 고소하기까지 했습니다.
HR 교과서 관점 분석
그러면, 보상관리 교과서에 나오는 3대 요소를 기반으로 이 회사의 새로운 정책을 분석해 봅시다.
1) 임금수준
임금수준에 대한 상식은 무엇일까요? 시장가격만큼 지급한다. 또는 우수 인재를 유인하기 위해 시장가격보다 높은 임금을 지급한다. 단, 기업의 비용 관점에서 지불능력이 허용하는 수준에서 말입니다.
그렇다면, 이 회사의 보상정책은 이 상식에 부합할까요? 아니죠. 시장가격 또는 회사의 지불능력과 무관하게 최저연봉을 책정했습니다.
2) 임금체계
임금체계는 연공급이냐, 직무급이냐 그리고 성과급 비중을 어떻게 설정하느냐 이슈입니다. 그렇다면, 이 회사의 기본 임금체계는 무엇이었을까요? 아마도 미국 기업이니만큼 직무급을 기반으로 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직무급은 무엇인가요? 직원이 회사에서 수행하는 직무(Job)의 가치에 따라 임금을 차등하는 방식입니다. 즉, 경비업무 직원은 경비직무에 맞는 연봉, 경영전략 업무 직원은 그에 맞는 연봉을 지급하는 것이죠.
그렇다면, 이 회사의 보상정책은 직무급 철학에 부합할까요? 당연히 아니죠. 모든 직무의 최저연봉이 8천만원일 수는 없으니까요.
3) 임금형태
이 회사의 임금 세부 내용은 우리가 알 방법이 없으므로 이 항목은 패스하겠습니다.
100% 실패를 예상하다!
실제로 새로운 제도를 시행하자 마자, 우수 직원 2명이 퇴 했습니다. "회사에 출근도장만 찍고 다니는 사람들이 나와 똑같은 돈을 번다."고 불평하며 말이죠. 게다가 회사의 수익구조 악화로 CEO은 자기 주식과 집을 처분하여 회사에 투자해야 했습니다.
이처럼 대다수 사람들은 이 회사의 파격적 정책이 실패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그 이유는 '100% 순수 합리적 인간'이란 경제학적 관점에서 분석했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이런 논리였을 것입니다.
첫째, 시장 평균 이상이 연봉을 조건없이 지급하니, 직원들이 열심히 일할 '인센티브'가 없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성과가 하락할 것이다. (외부 형평성 이슈)
둘째, 업무(Job) 가치 및 개인 역량을 고려하지 않고 유사한 연봉을 지급한다면, '내부 형평성(Equity)'에 균열이 발생하여 고성과자의 Motivation이 감소할 것이다.
즉, 8:2법칙이라 불리는 파레토의 법칙에. 따라 회사 전체 성과의 80%를 담당하는 20% 고성과직원의 동기수준 감소는 곧 회사 전체 성과의 하락을 초래할 것이다.
셋째, 직원 연봉 상승이 즉시 매출 및 수익 증대로 연결될 수 없기 때문에 이 회사는 비용 과다로 인해 경영상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서비스가격을 인상하거나, 인력감축으로 인해 서비스 수준이 악화될 것이다. (비용효과성)
여러분은 이런 의견에 동의하나요? 아니면 다른 의견을 갖고 있나요?
6개월 후 대반전이 일어나다!
새로운 보상정책을 6개월 후 어떻게 되었을까요? 곧 망할 꺼라는 예상과 달리 깜짝 놀랄 일이 생깁니다.
ㅇ 회사의 매출과 순익이 2배 증가!
ㅇ 월 평균 30건이던 고객문의는 2천건으로 급증
ㅇ 일주일 동안 이력서 4500통 접수
- 야휴 임원 태미 크롤 (52세)은 임원직을 때려치우고 이 회사에 입사. 연봉은 80% 하락.
"수년간 돈만 보고 살았다. 이제는 뭔가 재미있고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 - 태미 크롤
높은 연봉을 받는 직원들이 더 열심히 일하면 결국 회사에도 이익이 된다.
7만달러 연봉은 실험이 아니라 투자이다. - 댄 프라이스
기업의 사례가 보여주는 시사점
그렇다면, 이 회사의 도전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요?
첫째, 사람이라는 존재는 경제학에서 말하는 '합리성'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둘째, 어떤 보상 정책이든지 'Motivation' 수준을 증대시킬 수만 있다면, 유효하다.
"연봉 인상은 비즈니스 전략이 아니라 도덕적 책무"
- 댄 프라이스
"무늬만 연봉제" "무늬만 성과주의"
우리나라에서 유독 HR제도 관련하여 이런 용어가 자주 등장합니다. 이 용어들은 우리 직원들이 경제학에서 가정하는 합리적인 존재처럼 100% 행동하지 않는다는 점을 상징합니다. 즉, 경제학적 기반에서 보상제도를 만들어 직원 행동을 바꾸려는 노력은 헛수고가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경제학적 관점 (합리주의적 인간관)
ㅇ 사람을 '합리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매순간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
ㅇ 그렇기 때문에, 합리적인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사람 행동을 유도할 수 있다. (Motivation)
그렇기 때문에 HR을 담당하는 우리는 사람을 '기계'가 아닌 '사람'으로 보아야 합니다. 어떤 제도가 사람 안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해야 하고 항상 직원들의 마음 상태를 파악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경제학 vs. 심리학?
앞에서 던졌던 질문 "보상제도는 경제학인가, 심리학인가?"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무엇인가요?
그리고,
당신의 한단어는 무엇인가요?
보상제도는 OOOO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