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재 판별법, 회사에서 롤링페이퍼를 한다고?

[점심을 먹으며 뻔뻔함을 충전합니다 #15] 하던거 VS. 새로운거

by 감자댄서

1.


롤링페이퍼를 쓰라고?


이 말을 들었을 때 내가 다시 20년 전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것도 회사에서 롤링페이퍼를 쓰라니...


어떻게 된 일이냐 하면,

팀원 생일이 다가왔어요. 그런데, 그 팀원에게 전달해준다고 롤링페이퍼를 쓰자고 합니다. 허거거걱...


롤링페이퍼를 적는 카드를 받았어요. 쓸 말이 없었어요. OOO 님에게.. 이 한마디를 쓰고 멍하니 있기를 10분... 뭔가 적어야 한다는 100톤급 압박에 '생일 축하해요. 즐거운 하루 보내요~~~' 이렇게 적었어요.


여러분도 느끼지요?


영혼없는 축하멘트... ㅋㅋㅋ




2.


롤링페이퍼를 썼던 때가 언제였더라... 아마 최후는 신입사원 연수 때였을 것 같습니다. 한달 동안 동고동락한 입사 동기들 간에 썼었어요. 이것도 우리가 원해서 쓴 건 아니예요. 교육 진행 담당자가 쓰라고 하니까 쓴 거지요. 그래도, 그 때는 뭐라고 쓸말이 있었어요.


그런데, 나이 들어서 팀원 간에 롤링페이퍼를 쓰는 것은 다르더군요. 내가 그 사람과 개인적으로 친하지 않으면 쓸 말이 없어요.


도대체 이 롤링페이퍼는 왜 쓰라고 하는 것일까요?




3.


회사에서 롤링페이퍼를 쓰는 이유를 추측해 보았습니다.


첫째, 20년전에 이런 롤링페이퍼를 쓰는 일이 좋았던 거예요. 그래서 20년 째 똑같은 방식을 하고 있어요.


둘째, 20년전부터 하던 것을 그대로 하니, 의사결정 또는 고민이 필요없어서 편해요. 요즘 말로 무지성이죠.


셋째, 팀원 생일 세리모니로 뭔가 하고 싶은데 할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세가지 이유 아니고는 롤링페이퍼를 쓸 이유가 1도 없어요. ㅎㅎ


그래서 내가 깨달은 한가지는 바로 이거예요.

- 아재라는 게 특별히 별다른 사람이 아니다.

- 그냥 10년전에 좋았던 것을 그냥 계속하는 사람이 아재다.

- 그리고,
그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해야 한다 (should)'라고 강요하는 사람이다.




4.


그런데, 내가 MZ 세대냐고요? 아니요. ㅎㅎ 솔직히 나는 아재급 나이입니다. 그런데, 나는 이런 게 왜 불편할까요?


그냥 형식적인 것이 싫어요. 그리고, '팀원들간에는 서로 친해져야 하고 생일이면 진심으로 축하해줘야 한다.'같은 도덕 교과서 얘기도 싫어요. 그냥 진심이 중요하죠. 내가 친한 팀원이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작은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한잔 선물을 하잖아요.


나는 어설픈 직딩입니다. 그래서, 직딩 교과서처럼 살기는 싫어요. 교과서처럼 살면 범생이잖아요. 그냥 어설픈 직딩처럼 살고 싶습니다. 롤링 페이퍼 부담스럽고요. 'OO라면 OO해야 한다.'라는 교과서식 라이프가 싫어요.


나는 이렇게라도 아재아닌 척 하며 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