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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랑 Oct 18. 2022

07. 더는 행복을 미루지 않기로

비교하는 마음에서 자유로워지기

07. 더는 행복을 미루지 않기로



 새벽에 잠을 설쳤다. 복통이 심해져 새벽에 일어나 약을 먹고 다시 누웠지만, 통증이 심해 쉽게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예정한 시간보다 늦게 일어나고 말았다. 늦잠 자는 날이면 스스로와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생각과 게으르다는 생각이 올라와 자책을 많이 했다. 고등학생 때부터 심해진 것 같다. 제주에 와서는 이런 자책을 내려놓기로 했다. 연두색 커튼이 밝은 햇살을 받아 방 분위기가 더 포근해 보인다. 천천히 일어나 포트기에 물을 끓였다. 따듯한 물을 마시며 창밖으로 보이는 애월 바다를 바라봤다.     


 초등학생 때는 공부도 재밌게 하고 온종일 뛰어놀던 기억이 많다. 씻고 베개에 머리를 대자마자 곯아떨어졌다. 그 나이 때는 불면증이 뭔지도 몰랐다. 누가 이야기해주면 ‘잠이 안 올 수가 있어요?’라고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되물었을 거다. 중, 고등학생 때부터 친구들과 뛰어노는 활동이 점점 줄어들었다. 그나마 중학생 때는 쉬는 시간에 농구를 하거나 인라인스케이트를 타거나 산책하기도 했지만, 고등학생 때는 체육, 미술, 음악 등 예체능 시간이 사라지면서 책상에만 주야장천 앉아있었다.      


 삶의 낙이 하나, 둘 없어지고 공부에도 흥미보다는 해야만 한다는 강박으로 자리 잡았다. 이런 교육시스템이 일종의 감옥과도 같다고 생각했다. 한창 호기심 갖고 탐구할 시기에 배움에 대한 즐거움이 아닌 압박과 스트레스를 받으며 어깨에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학생들의 어두운 표정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무언가에 쫓기듯 행동했을 때의 경험은 내게 힘을 가져다주지 않았다. 마치 밀린 숙제를 하듯 억지로 해야 했고 당시에 행복하지 않다고 느꼈다.      


 고등학생 때부터 뒤처지면 안 된다는 압박감이 자리 잡으면서 조급함과 불안을 안은 채 지내온 것 같다. 보통 불안은 생각이 데려오기 마련인데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들에 대한 걱정들이 물고기처럼 톡톡 수면 위로 튀어 오른다. 특히 남과 나를 비교하는 것은 내 삶을 행복하게 하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음에도 나도 모르게 비교의 늪으로 빠지며 허우적거린 적이 많았다.      


 이 쳇바퀴 속에서 나아지게 된 것은 명상 덕분이 크다. 그리고 수시로 올라오는 생각을 알아차리는 연습도 도움이 많이 됐다. 처음 명상할 땐 가만히 앉아서 호흡한다고 뭐가 크게 달라질까 싶었다. 하지만 정말 호흡을 하는 것만으로 마음이 편안해지는 걸 직접 느끼고 나서는 해야 한다는 압박이 아닌 스스로 시간이 날 때마다 하게 됐다. 화장실에서도 버스에 앉아서도 버스를 기다리면서도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저녁 시간 등등 하고 싶을 때마다 한다.


 명상은 주로 바닥에 방석을 놓고 앉아 다리를 편하게 교차시키고 시작한다. 다리가 저리다면 의자에 앉아서 해도 괜찮다. 이때 발바닥이 땅에 닿는 것이 좋다. 등은 벽에 기대지 않고 너무 굽지 않게 편안하게 펴준다. 혹시 처음 할 때 등이 많이 불편하다면 살짝 기대는 것도 괜찮다.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고 천천히 숨을 내쉰다. 속으로 넷까지 세고 다시 넷을 세며 내쉰다. 숨을 코로 들이마시고 입으로 내쉬어도 좋고 코로 내쉬어도 된다. 나는 처음 몇 번은 깊게 코로 들이마시고 입으로 내쉬어 주기를 반복하고 이후부터 코로만 호흡한다. 1분, 5분, 10분 집중이 잘 된다면 그 이상을 해도 좋다.      


 호흡을 가만히 알아차리고 있으면 생각들이 떠오르는데 그 생각을 마주하고 올라오는 감정을 느껴주면 이내 흘러간다. 다른 누가 나를 바라보는 내 모습보다 내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바라보는지가 중요하다고 느낀다. 아파서 늦잠을 잔 나를 비난하는 생각을 알아차리고 조금 놀랐다. 누구도 뭐라고 하지 않는 장소에서도 스스로 나무라고 있었다. 혼자 있을 때 떠오르는 생각들을 알아차리면 다음에 비슷한 생각이 일어날 때 수용하고 흘려보내며 마음이 좀 더 가벼워질 수 있다.     


  나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해주는 활동을 늘려가면서 지금 내게 주어진 것에 만족하는 마음을 내어본다. 학생 때부터 행복을 미루는 법이 익숙해졌지만 더는 미루지 않기로 한다. 행복으로 향하는 열쇠를 찾기 위해 다양한 모양의 열쇠꾸러미 속에 파묻혀 고군분투하지만 사실 열쇠는 내 손에 쥐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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