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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랑 Oct 19. 2022

08. 누구나 무엇이든 할 수 있다

08. 누구나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따듯한 느낌의 수채화 그림을 봤다. 연두색, 초록색이 뒤섞인 식물 그림이었다. 


 ‘와, 정말 예쁘다. 나도 이렇게 그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언젠가 수채화를 배우리라 다짐하며 사진을 찍어두었다. 그렇게 몇 개월이 흐르고 수채화 그리기 모임 문구를 발견하게 되어 반가운 마음에 바로 신청했다. 벌써 몇 년 전 일이다. 넓은 책상이 있는 카페에서 다섯 명 정도의 인원이 모였다. 모임 주최자 선생님은 팔레트, 물감, 붓을 나눠주었다. 간단히 자기소개와 참여 동기를 이야기하고 바로 그리기에 돌입했다.    

  

 나뭇잎을 그리는 것이 첫 번째 미션이었다. 연두색 나뭇잎을 입체감 있고 부드러운 느낌으로 그리는 것이다. 선생님이 밑그림을 미리 그려주셨기에 가르쳐주시는 대로 색만 칠하면 됐다. 생각보다 쉬웠다. 천천히 따라만 했는데 점점 완성되어 갔다. 처음 그림을 넋 놓고 봤을 때, ‘가르쳐준다고 나도 비슷하게 그릴 수 있을까?’ 싶었다. 하나씩 차근차근 집중하며 끝까지 완성하고 보니 사진으로만 보던 멋진 수채화 그림이 눈앞에 있었다.      

 친구에게 직접 그린 꽃 수채화 책갈피를 선물했다. 친구는 너무 이쁘다고 감탄하며 어떻게 그린 거냐며 자기도 이렇게 그리고 싶다고 부러워했다. 기분이 으쓱하면서도 멋쩍었다. 


 “너도 그릴 수 있어. 나도 처음에는 내가 그릴 수 있을까 싶었거든. 선생님이 가르쳐주신 대로 하나씩 그리다 보니까 되더라고. 수강생분들 모두 똑같이 그렸어.” 부러워하는 친구를 보며 내가 이야기했다.


 “그래? 아니. 난 이렇게 못 그릴 것 같아. 되게 섬세해야 할 것 같은데. 난 손재주가 없어서...” 친구가 대답했다.      


이 일을 계기로 느낀 것이 있다. 누구든 배우면 이렇게 그릴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시간이 좀 걸릴 뿐이었다. 해보기 전에 스스로 할 수 없다고 생각해버리면 할 기회마저 놓치게 된다. 비단 수채화뿐이 아니었다. 배우기 전까지 정말 대단해 보이고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수 있다. 접해보지 못한 분야일수록 어렵게 느껴지지만, 충분히 도전할 수 있는 일이었다.      


  ‘나도 할 수 있다.’라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전에 한 영상에서 이런 문구를 봤다. 

 ‘she can do, he can do, why not me?’ 그녀도 하고 그도 하는데 나라고 안될 것이 무엇인가? 이 문구가 마음에 와닿았다. 


초등학생 체육 시간에 ‘뜀틀 넘기’ 평가가 있었다. 하기 전만 해도 겁을 먹었고 학생들은 전부 걸려서 넘지 못하고 있었다. 너무 높아 보였고 나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내 바로 앞에 남학생이 뜀틀을 폴짝 뛰어넘는 것이 아닌가. 나와 체격이 비슷한 아이였다. 순간 자신감이 생겼다.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아. 저 친구도 해냈잖아.’라는 생각이 들면서 전속력으로 뛰어 손으로 지탱해 폴짝 뛰어넘었다. 친구들이 환호와 함께 박수를 쳐주었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해나가다 보면 어떤 일이든 시간이 걸리더라도 할 수 있게 된다. 노래를 잘하고 싶으면 보컬 선생님을 찾아가 배우며 노래 연습하는 시간을 늘려가면 된다. 몸짱이 되고 싶으면 헬스장에 등록해 선생님이 가르쳐주는 대로 운동하면 된다. 사실 무언가를 잘하는 방법은 정말 단순한 거였다.     

 

 하지만 이내 잘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바로 흥미를 느끼는 것이다. 흥미를 잃으면 어떤 활동도 꾸준히 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똑같은 식물 수채와 그림이 수십, 수 천장이었고 이내 수채화 그리기를 멈추게 됐다. 나는 조금 서툴더라도 내가 보고 느낀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잘 그리지 못한 그림이어도 괜찮았다.     


 한동안 그림을 그리지 않다가 줌(zoom)으로 ‘그리고 미술놀이 모임’에 참여하게 됐다. 모임장 언니와 인연이 있어 편한 마음으로 참여했다. 자유로운 주제로 글을 쓰고 글과 관련한 그림을 실시간으로 그리고 나누는 방식이었다. 잘 그려야 한다는 부담 없이 떠오르는 장면을 그릴 수 있었다. 모임 시간은 마음을 따듯하게 해주었다. 다시금 그림에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다. 나를 표현하는 방식 중 하나로 생각하며 삶의 도화지에 무엇이든 가벼운 마음으로 즐겁게 그려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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