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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랑 Jan 17. 2023

있는 그대로 사랑받고 싶었다

우리는 깊어지는 과정 속에 있다.


내가 나라는 이유로 사랑받고 싶었다. 나도 그런 사랑을 주고 싶었다.

버리고 버림받는 사랑은 내려놓고 서로 따듯한 사랑을 주고받으며 행복하고 싶었다.

언젠가 연인에게 "요즘 나는 정말 행복해."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서로에게 관심을 갖고 애정을 표현하며 하루의 일상을 나누는 존재가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하기에 충분했다. 하루에 활력을 가져다주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여러 상황으로 힘든 와중에도 누군가의 존재는 그것을 이겨내는 힘이 되어 주었다.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는 느낌은 단단하고 따듯하다.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을 준다.

대학생 때 나를 믿어주던 친구가 있었다. 대학 시절 이야기를 할 때마다 자주 떠올리는 친구인데

그 친구는 늘 나와 친구들을 위해 기도를 해주던 친구였다.

진솔하고 담백하게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었다.

우리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우정은 강했고 이 연결감 덕분에

떨어져 있어도 어디서든 당당하고 자신 있게 행동할 수 있었다.

어떤 순간에 있더라도 나를 믿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믿음으로 인한 것이었다.



상대방이 행복한 이유가 나로 인한 것이라면 기분이 날아갈 듯 좋았다.

나무에 무수히 많은 잎들 중 하나인 내가 누군가를 행복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었다.

그보다 귀한 일이 어디 있을까.


하지만 사랑은 달콤함과 따듯함, 행복만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다양한 상황 속에서 부딪치는 갈등을 겪기도 하고 때론 깊은 이야기도 나누는 시기가 온다. 자신의 부족한 모습을 인정하고 성장해가는 과정도 필요하고 서로 다른 점을 이해하는 시간도 가져야 한다.


사랑 안에는 행복, 즐거움, 설렘, 열정, 따듯함뿐만 아니라 미움, 아픔, 버리고 버림받음, 슬픔, 질투, 다툼 등이 모두 들어있다. 이 모든 것을 겪어나가면서 신뢰가 쌓이고 관계는 더욱 깊어지는 것이었다. 따듯한 사랑만을 원했던 나를 돌아본다. 욕심이 컸다. 정말 깊은 사랑은 때론 쓰기도 하다. 여유가 없고 힘들 때 마음의 애정 주머니는 고갈된다. 그럴 때 누군가에게 사랑을 요구하는 건 강요로 느껴지거나 부담이 될 수도 있다. 마음은 어제와 오늘이 또 다를 수 있다.


있는 그대로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나부터 나의 어떤 모습이든 아껴주고 사랑하는 것이 먼저다. 서로 존중하며 자신의 모습이 어떻든, 어떤 상황이든 상관하지 않고 그저 나라는 이유로 아끼고 사랑을 나누는 관계, 누구나 그런 인연을 만날 자격이 있고 가치가 있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은 어떤 시기에는 정말 와닿지 않는 말이긴 하지만 정말이지 시간은 모든 것을 옅어지게 만든다. 어떤 장면은 아직도 생생한 사진처럼 남아있다. 힘들고 아팠던 기억도 있지만 행복했던 기억들이 더욱 선명하다. 상쾌한 공기, 기분 좋은 향기, 다정한 목소리, 웃는 표정, 설레는 감정. 이런 행복을 느꼈기에 헤어짐 뒤에 오는 그리움은 어찌 보면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인생의 어느 시점에 이런 소중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누군가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갖게 해주었다. 귀한 순간이었다.


요즘은 공부를 하고 하고 싶었던 활동을 조금씩 시작하고 있다. 바쁘게 지내다 보면 기억은 점점 더 옅어지고 나중에는 어렴풋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다른 생각과 고민, 그리고 또 다른 만남이 시작될 거다. 함께이기에 행복하고 또 함께이기에 힘든 일이 있어도 손잡고 걸어가는 천천히 깊어지는 관계를 만들어가고 싶다. 우리는 지금 그 과정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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