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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랑 May 08. 2023

청춘페스티벌에 가다

지올팍, 다나카, 이수지, 윤하 외 뮤지션

청춘페스티벌



몇 주 전부터 예매를 해놓고 오늘을 기다렸다.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만나 힐링하고 싶었다.     

같이 갈 사람 없으면 혼자라도 신나게 놀다 와야지 생각했는데 언니도 이번 주말 시간이 돼서 함께 즐길 수 있었다. 함께 해서 더욱 즐거웠다.     


도착했을 때부터 비가 쏟아졌다. 우비를 입었다. 초반에 비를 맞으며 추위와 싸우며 봐야 했다. 언니에게 미안하기도 했는데 언니는 이렇게 빗속을 뚫고 함께 공연을 볼 사람이 있을지 이야기하며 웃었다. 오후가 되자 다행히 비가 그쳤다.      


개성 있고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지올팍 무대는 기대 이상이었다.

천재인 척한다며 댓글 다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가 천재이고 아니고를 떠나 좋아하는 것을 재밌게, 자기답게, 또 멋지게 만들어 가는 모습에 반해버렸다.     

목발을 짚고 등장해서 처음엔 나중에 던지려고 하나? 연출인가? 했지만 안타깝게도 이전 공연에서 다리를 다친 것이었다. 같이 뛸 수 없음에 본인도 몹시 아쉬워했는데 마지막 곡에서 무대 아래로 내려와 관객과 가까운 가운데 통로로 걸어왔다. 노래에 푹 빠져 통로를 걷는 그 자체가 멋진 퍼포먼스였다.     

비가 오는 와중에 춥고 분위기가 가라앉을 법했는데 순식간에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그 와중에도 다리가 걱정돼서 나는 "다리 지켜요, 지올팍!!"소리쳐서 주변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돈에 너무 연연하지말고 좋아하는 일을 하되 신념을 갖고 객관적으로 돌아보면서 해나가라는 말이 와닿았다.

좋아하는 일을 찾는다고 노력하고 해왔다고 생각했는데 객관적으로 나를 돌아보진 못했던 것 같다. 그 점이 아쉬웠지만 내가 걸어온 길의 발자취를 소중히 여기고 그 위에 기반을 다시 단단히 다져보자고 다짐했다.    

 

그는 자신이 가진 보물을 발견했다.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그만의 매력적인 목소리다. 그 누구보다 자기 자신이 가진 것을 소중히 여기고 좋아하고 있고 또 다른 누군가가 좋아한다면 참 기쁜 일이 아닐까 싶었다. 누군가는 싫어할지라도 변하지 않는 것을 찾은 거니까.     


다나카 순서도 정말 즐거웠다.

5년 정도 다나카로 활동해 오면서 겪은 고충도 많았지만 좋아하는 활동이라서 그리고 자신을 좋아해 주는 극소수의 매니아들이 있어서 버틸 수 있었다고 했다.

자기를 사랑해줘서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노래도 많이 부르고 말도 너무 재밌게 해서 여기저기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앵콜 곡으로 '소나기'를 불렀다. 부르고 나서 다나카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청춘들을 생각하는 진심이 느껴졌다.      

다나카 공연

성대모사와 춤 등 다양한 재능이 넘치는 이수지 님은 젊은 시절 이야기를 해주었다.

포기할 뻔한 적이 많았지만, 그때마다 자신이 해온 활동을 보며 웃음 짓고 힘을 내는 사람들이 있어서 포기하지 않았다고 이야기했다.      


윤하의 공연도 정말 멋졌다. 우주와 별에 대한 이야기들이 신비롭고 또 위로됐다.

별을 보며 외로움을 느껴 작곡한 곡은 듣는 것만으로도 힐링이었다. 깜깜한 어둠 속을 지나는 시기도 있지만 이렇게 밝은 빛 속을 지나는 순간도 있고 또 이 순간도 지나갈 거라고 말했다. 오래 함께하고 싶다는 말을 덧붙였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이 전해져왔다.      


좋아하는 일을 포기하지 않고 해나가는 사람들을 응원한다. 잘되면 너무 기쁘다. 

정작 나는 나를 응원하고 있는지, 어떨 때 정말 행복한지를 돌아보게 되었다. 이제는 나에게 만큼은 솔직해지고 싶다. 


난 어떤 활동을 하면 마치 종이비행기를 접고 날리듯 해온 듯싶다. 정성껏 접지만 날려버리고 나면 다시 찾지 않았다. 내 손을 떠난 것은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것처럼. 하지만 그것이 개인의 경험이 되고 멀리서 보면 길이 된다.      


가치를 찾고 나만의 신념을 가져야 한다는 걸 다시금 깨우치게 되었다. 

사실 두려웠다. 신념을 갖는다는 것이. 꼭 지켜야 하고 책임져야 할 것 같았다. 그러지 못 할까봐 겁이 났다. 지켜야 할 것을 지키고 책임져야 할 것을 져야 한다는 걸 알기까지 몇 년을 돌아온 것 같다. 이것을 하지 않아서 받은 벌은 무기력과 자기비하로 인한 괴로움이었다.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충분하면 충분한대로

그냥 생긴 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고 조금이라도 나를 웃게 하는 쪽으로 걸음을 내딛고 싶다.      


이제는 그렇게 살아도 될 것 같고 그럴 수 있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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