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신혼집

by 우주의 서랍

우리 부부는 결혼한 지 이제 3년 차가 된, 만으로 2년 7개월쯤이 되어가 가는 부부다.

아직 아이가 없고 자녀계획도 불투명하다. 이에 대해서 써 내려갈 이야깃거리가 많을 것 같다. 긴 이야기는 차차 하기로 하고, 사는 곳은 서울 잠실, 우리 두 부부는 둘 다 서울에서 태어나 거주지가 대부분 서울이었다.

남편이 과천 근처에서 산 2~3년 정도를 제외하면 늘 서울이었다. 그렇기에 우리의 신혼집도 서울로 결정되었다.

지금은 잠실 근처에서 살지만, 처음에는 친정집과 가까운 군자에서 터를 잡았다. 친정과는 걸어서 10분, 시댁과는 차로 15분인 이유도 있었지만, 직장인 강남과도 가깝고, 무엇보다도 우리의 7여 년의 주된 데이트 장소였기에 익숙함이라는 달콤함에 매료되어 선택한 이유도 컸다.

물론 신혼집을 구하기 위해서는 군자 근처의 집만 본 것은 아니었다. 상봉, 용마산, 중곡, 논현 등 7호선 라인을 위주로 많은 집-과장을 보태자면 족히 50곳은 보지 않았을까-을 보았고, 그중에서도 저렴한 편에 속하는 전셋집을 구했다.

전세난 속에서 구한 집이라 가격적인 면에서는 매우 만족했다. 아주 작은 원룸이었고, 적어도 부엌과는 분리되길 바랐던 나의 바람을 담아 싱크대와 가스레인지만이 겨우 있는 1평도 안 되는 부엌이 현관문 앞 배치되어 있고, 문을 열면 6~7평 남짓의 방이 있고, 안 쪽에는 화장실이 있었다. 창문은 겨우 방에 하나, 욕실에 하나로 통풍이 전혀 되지 않는 구조였다. 그렇기 때문에 방에는 작은 에어컨이 함께 딸려 있었다.

그나마 현관문 밖으로 1.5평 정도의 복도가 있어 그 공간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작은 희망으로 그 집을 결정하게 되었다.


그 집의 최악의 조건은 그 외에도 있었는데, 그것은 외부 현관문을 집주인과 집주인의 자녀 부부와 함께 사용해야 하며 초인종은 오로지 집주인으로만 연결되고, 누군가 초인종을 누르더라도 문을 열어주려면 3층에서 집주인이 직접 걸어와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리 부부는 거의 대부분의 물건을 인터넷으로 주문하고, 택배로 받고, 직장에 있는 시간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이것은 엄청난 제약이 되었다.

주인의 첫 반응은 택배를 시키지 말거나 시킬 거면 본인에게 이야기를 해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일주일에 적게는 2~3번, 많게는 5~6번 택배가 오는 우리 부부에게 그 조건은 전혀 현실성이 없는 이야기였다.

청개구리 같은 우리는 택배를 끊임없이 시키며 택배기사에게 전화가 올 때마다 외부 현관문 비밀번호를 알려줄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외부 현관문을 통과하더라도 3가구 모두의 현관문이 각각 있었기에 그 마나도 가능했던 일이다.


군자에서 머물렀던 시간, 2년간은 우리에게 힘든 시간으로 기억된다. 지금 돌이켜보면 작은 집에 어울리지 않는 세간 살림이 너무 많았던 것 같다. 소파 테이블 책상 티브이 침구 옷장 서랍 실내 자전거 등으로 발 디딜 수 있는 공간은 한정적이었고, 초반 1년은 방안에 빨래를 널어 두어서 그나마도 좁은 공간이 더욱 협소했던 것이 사살이다.

맞벌이로 인한 피로로 저녁은 외식으로 먹고, 늦은 시간 보통 11시 12시는 되어서 귀가하고는 했다.


그런 생활이 계속 이어지며, 집은 점점 더 엉망이 되었고, 그에 따라 우리 영혼도 피폐해지며 지쳐가는 것이 느껴졌다. 주말 역시 밖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대부분이었다. 우리는 오랜 기간 연인으로 시간을 보내며 서로를 잘 알고 있었지만, 함께 살게 되면서 다툼이 많아졌다.


그나마 분리수거와 쓰레기를 제때 버리기만 해도 집이 깨끗해졌다.

특히 분리수거와 음식물 쓰레기 처리가 제일 골치 거리였으나 자주 하면 할수록 집은 깨끗해졌다.

설거지는 외식을 자주 하는 탓에 자주 생기지는 않았지만, 한번 쌓이기 시작하면 둘 다 못 본 척 버티기 일수여서 쌓이는 건 순식간이었다. 집안일 중에서도 욕실 청소가 제일 문제였는데, 습기가 잘 차고, 환기가 안 되는 구조여서 늘 곰팡이가 피기 일수였다.

락스, 욕실용 청소용품과 세제 등 갖가지를 이용해봤지만, 며칠이면 곰팡이가 피기 일수였고, 샤워 하수구 멍은 한 달이 멀다 하고 한 번씩 막혀서 물이 잘 내려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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