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
아버지-자신과 가족에게 인색한 삶
아버지는 새 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정확하게는 돈을 써서 무언가를 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자린고비나 구두쇠라고도 말 할 수 있겠지만, 아버지는 남에게는 인색하지 않은 사람이라 그리 통칭되는 것은 어울리지 않을거라 생각한다.
새 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있겠냐마는 아버지는 선물도 싫어하는 편이었다. 이러한 성향의 아버지와는 다양하고 놀라운 에피소드들이 많다. 여름날 샤워를 하고 있는데 돌연 따뜻한 물이 나오지 않았다. 뜨거운 물도 아니고 너무 찬물로 샤워 하기는 어려우니 미지근한 정도로만 샤워를 하고 있었는데, 거품을 헹궈내는 중간에 차디찬 물만 연속해서 나오는 게 아닌가.
겨우겨우 마무리를 하고 욕실에서 나오자 아버지의 호통이 시작되었다. 대체 이 푹푹 찌는 더운날에 대체 왜 더운물로 샤워를 하냐는 것이었다. 너무 찬물로는 샤워를 하게 어려워 그렇다는 나의 변명은 듣지도 않고 아버지는 찬물은 잠깐만 견디면 된다면서 여름에 다시는 보일러를 틀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으셨다.
나는 짐짓 억울하기도 한 심정으로 찬물이 똑똑 떨어지는 머리를 수건으로 감싸며 하릴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언젠가는 여행을 다녀오는 길에 사온 선물이 문제였다.
여행의 재미로 말린 망고나 코코넛 같이 그 지역 특산품이며 명물을 사오기도 하는데, 그 수도 많지 않았거니와 금액도 저렴한 편이었는데도 아버지는 불호령을 내셨다. 그리고는 이내 다시는 여행을 가서 선물을 사고지 말라고 윽박을 지르셨다.
나는 늘 그렇듯 억울하지만 이내 “네”라고 대답하고 말았다. 얼마전 동생은 미국에 출장을 다녀오는 길에 아버지와 어머니 셔츠를 사왔다 기분만 망쳤다. 아버지가 역시나 호통을 내신 탓이었다.
자식 입장에서야 아버지와 어머니를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에서 쌈짓돈을 내어서 귀한 선물을 사온 것이었는데, 아버지는 그 마음은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늘 혼내기만 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