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를 건네고 길을 떠나기도 하고,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시간이 참 빠르게 흘러갔다. 생크림이 듬뿍 올려진 핫초콜렛이 마시고 싶어 바로 우산을 쓰고 카페를 찾아 헤매다 숙소로 겨우 돌아오니 숙소 바로 옆 골목 2층에 카페가 있었다, 생크림을 듬뿍 올려달라고 부탁해 달달하고 따뜻한 핫초콜렛을 입에 머금고 또 하릴없이 바다를 보았다.
제주는 열번 정도 가 본 듯한데, 가볼 때마다 새롭고 반갑고 치유받고 아쉬워하며 뒤돌아 섰던 것 같다.
신기하게도 동서남북의 바다가 모두 다른 모습이고 반대편으로는 한라산이 늘 서 있어 든든하며 신비롭다. 제주 여행을 몇번하며 몇몇의 게스트하우스를 다녔는데, 그 중 하나는 창밖으로 한라산이 또렷이 보여 체크아웃 시간이 지나는데에도 쉽게 나가지 못하고 혼자 방안에 남아 가만히 한라산을 둘러싼 구름이 지나가는 것을 보고 있었다.
만약 조금 서둘러 체크아웃을 했다면, 그 방 그 자리 창문 밖으로 한라산이 보인다는 것을 몰랐을 것이다. 하필 조금 늦고, 모두 체크아웃을 해 나혼자 방안에 남아 있었고, 겨울 치고 햇볕이 참 따뜻하다 하고 밖을 내다보게 되어 다행이었다.
여행을 자주 다니며 가장 신경쓰는 게 있다면 바로 뷰 인데, 그렇게 게스트하우스 사이트에도 소개되어 있지 않은 뷰를 만나면 가만히 고요히 감동하고는 했다. 바닷가 한 게스트하우스는 허리가 아파 이층 침대에서는 절대 잘 수 없기에 겨우겨우 찾은 요만 놓인 게스트하우스 였다.
밤 늦게 체크인을 해 씻고 바로 누워 금새 새벽이 되었다. 큰창 바로 옆 자리에서 자게 되었는데 여행인 탓에 잠자리가 낯설어 새벽녘에 눈을 뜨게 되었다.
바람이 살랑 부는 커튼을 젖혀 보니 어둠이 짙게 깔린 바다에 배 몇척이 떠다니고 있었다. 이내 다시 잠들고 얼마 후 또 눈을 떠 커튼을 졎히니 이번엔 빛이 조금 나 어둠이 밀려나고 있었다. 다시 잠들고 깨기를 반복해보니 이제 완연히 바다가 들어차 광활하고 아름다웠다.
제법 어린 나이었지만 인생을 통틀어 다시는 볼 수 없을 최고의 오션뷰였다. 비스듬히 누워 그저 고개를 살짝 들고 바다를 바로 앞에서 눈에 가득차게 보고 또 보고 며칠 식사를 거르다 허기에 차 밥을 먹듯 그 아름다운 풍경을 눈으로 삼키듯 보고 또 보았다.
그날의 기억이 너무 좋아 얼마전 나를 치유하러 떠났던 제주 여행에서 다시 그 숙소를 들렀다.
몇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그 숙소는 거기 그대로 달라진게 없이 있었다. 참 고마웠다. 체크인을 하고 새벽녁까지 게스트 커플과 스텝들과 해삼에 카레, 소시지와 과자, 맥주, 막걸리, 와인을 나눠 마시며 늦은 시간까지 시간을 보냈다. 다음날도 여전히 새벽녘에 혼자 조용히 눈이 떠졌다. 창밖을 보니 비가 오고 있었다.
핸드드립으로 커피 콩을 갈아 따뜻한 커피를 한잔 내려 손에 쥐고 비가 내리는 마당 처마 밑에 앉아 조용히 커피를 마셨다. 다음날 아침 서울로 돌아가야 했다. 하지만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몇시간이 지나자 비가 개었다. 하늘이 이내 맑아지고 해가 났다. 사람들이 일어나 인사를 건네고 길을 떠나기도 하고, 분주히 움직였지만, 어디로도 가기 싫었다. 늦은 체크아웃을 해도 되겠냐고 묻고는 그곳에서 시간을 더 보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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