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아이는 무사하다

2023.4.18.

by 하얀밤


딸은 그릭요거트를 좋아하고

나는 그릭요거트를 먹는다.


딸이 좋아하는 그릭요거트 집에 가서

토핑으로 얹은 시리얼을 오물거리는 아이를 보며

나는 저녁으로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오늘은 식사 준비를 너무 하기 싫어서)

비빔칼국수를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딸과 그릭요거트 집을 나서서

집 주변 칼국수집에 들어갔다.

내가 비빔칼국수를 호로록 먹는 동안

딸은 아들이 좋아하는 주먹밥을 사러 갔다.


뱃속이 든든해진 우리는

손에 든 주먹밥 봉지를 흔들며

나란히 집으로 돌아왔다.


늦게 운동 갔다 온 아들은

땀 묻은 얼굴로 손만 겨우 씻고

주먹밥을 입에 욱여넣었다.


이렇게 오늘 저녁밥이 해결되었다


아이들 식성이 제각각이라

끼니때마다 걱정이 많았었다.

'가족은 꼭 같은 메뉴로 식사를 해야 한다.'

'가족은 같은 시간에 먹어야 한다.'

'아이는 엄마가 먹으라는 음식을 먹는 것이 좋다.'

라는 틀에서 벗어나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아이가 내 맘 같지 않다는 걸 받아들이니

(받아들이려 노력하니)

품이 더 들긴 해도 마음은 편하다.


쌀쌀한데 외투 입고 가지 않는다고 소리를 쳐도

의외로 아이는 감기에 걸리지 않고

골고루 잘 안 먹고 아무거나 주워 먹는 것 같았는데도

아이는 안 아프고 잘 큰다.


결국 문제는

'나 같아야 한다'라고 믿는 부모의 마음.

'내 말을 들아야 한다'라고 믿는 부모의 마음.


오늘도 아이는 무사하다.

부모가 생각하는 그 이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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