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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오늘 단상

뭉클함을 주는 쌍둥이를 얻었습니다

2023.4.30.

by 하얀밤


열두 살이 된 우리 아이들과

열두 살의 나는 많이 달랐다.


열두 살의 아이들은 위아래로 형제자매가 없지만

열두 살의 나는 터울이 많은 동생이 둘이나 있었다.


열두 살의 아이들은 숙제를 마치고 책을 덮지만

열두 살의 나는 내 숙제를 마친 뒤 동생 숙제를 도와줬다.


열두 살의 아이들은 소파에 기대 TV를 보지만

열두 살의 나는 동생들을 씻기고 머리를 말렸다.


열두 살의 아이들은

두 살 아이처럼 행동할 수 있었다.

내가 두 살처럼 행동할 수 있게 해 줬기 때문이다.


퇴근 후 혼자서 모든 걸 다 껴안으려 하며

힘들어만 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열두 살 시절의 내가 다가와

열두 살이 할 수 있는 것들을 상기시켜 주었다.


아, 그랬지.

열두 살의 아이는

빨래도 갤 줄 알고

밥도 차려먹을 줄 알고

웬만한 무거운 것도 들 줄 알지.


진짜 열 두 살인 아이 둘을 얻게 되면서

변화가 일어났다.

아이들이 손을 내민 순간들이 모이니

책을 읽을 수 있는 30분이 생겨났다.

어리게만 보이던 아이들이

나에게 시간을 선물했다고 생각하니

처음엔 책이 손이 잡히지 않을 만큼

뭉클했다.


내가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것처럼

아이들도 더불어 살아야 한다.

더불어 사는 법을 가르치는 건

부모의 몫이다.

뭉클함을 선사할 줄 아는 사람으로 키우는 건

부모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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