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거기 앉지 마세요."
할머니를 보지 않고 간호사가 말한다.
"아직 안 불렀잖아요. 이제 진료 시작했어요."
할아버지에게 말하는 간호사에게 표정이 없다.
"예진실이 뭐 하는 곳입니까?"
할아버지가 묻는다.
예비진료실이 아닐까요, 진료 전 들르는 곳이요,
라고 할아버지에게 말씀드리고 싶지만
나도 여기서는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
내가 들은 이야기들도
내가 만났던 사람들도
내가 감명 깊게 본 책도
내 어떤 개인적인 것도
숫자나 순서로 변하는
여기는
대학병원.
'살아 움직이는 사람 하나'
딱 그 정도의 의미를 가진 채
건조하게 오가는
이곳은
대학병원.
웃음이 흐르면 이상한 여기도
따뜻한 미소와 손길을 보내는 사람이
뜨문뜨문 귀하게 피어있다.
대기 시간이 왜 길어지는지 설명해 준 간호사님,
서류 떼는 방법을 친절하게 알려준 간호사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