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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오늘 단상

대학병원 대기실에 앉아서

2023.5.8.

by 하얀밤


"할머니, 거기 앉지 마세요."

할머니를 보지 않고 간호사가 말한다.

"아직 안 불렀잖아요. 이제 진료 시작했어요."

할아버지에게 말하는 간호사에게 표정이 없다.


"예진실이 뭐 하는 곳입니까?"

할아버지가 묻는다.

예비진료실이 아닐까요, 진료 전 들르는 곳이요,

라고 할아버지에게 말씀드리고 싶지만

나도 여기서는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


내가 들은 이야기들도

내가 만났던 사람들도

내가 감명 깊게 본 책도

내 어떤 개인적인 것도

숫자나 순서로 변하는

여기는

대학병원.


'살아 움직이는 사람 하나'

딱 그 정도의 의미를 가진

건조하게 오가는

이곳은

대학병원.


웃음이 흐르면 이상한 여기도

따뜻한 미소와 손길을 보내는 사람이

뜨문뜨문 귀하게 피어있다.


대기 시간이 왜 길어지는지 설명해 준 간호사님,

서류 떼는 방법을 친절하게 알려준 간호사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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