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킹 끝자리에 홀로 앉은 아들을 보며

아이를 떠나보내기 위한 마음 연습

by 하얀밤

거대한 바이킹이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흔들리는 폭이 조금씩 커지는 듯하더니 어느새 하늘로 오를 듯 높이 솟아오릅니다. 바이킹 끝자리에 앉은 아들이 손톱보다 작게 보입니다. 아이의 시선이 하늘을 향합니다. 땅에 있는 엄마가 아닌 하늘을 보는 아들이 낯설게 느껴집니다. 엄마의 도움 없이 홀로 우뚝 솟은 아들이 제 손을 떠날 것만 같아서 불안한 마음에 제 두 손을 모아쥡니다.


11살 아들이 태어나 처음으로 바이킹을 탔습니다. 키가 140cm을 넘기 시작하니 탈 수 있는 놀이기구가 많아졌습니다. 안길 때마다 머리카락이 제 턱에 닿는 걸 느끼며 제법 컸다는 걸 알았지만, 뼈대가 제법 굵어져 묵직해졌다고 느꼈지만 바이킹까지 탈 줄은 몰랐습니다. 왜 이렇게 바이킹에 탄 걸 유별나게 언급하냐구요? 저는 바이킹을 못 타기 때문입니다. 무서워서요.


아이는 제가 무서워하는 걸 더 무서워하고, 언제나 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존재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혼자 씻거나 숙제를 하거나 친구집을 다녀오는 건 하루 하루라는 시간이 얇은 습자지처럼 쌓이는 동안 느린 템포로 서서히 진행된 일이기에 자연스레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바이킹은 달랐습니다. 순식간에 제 품에서 떨어져 하늘 높이 솟아오르는 아들의 모습이 너무 낯설었습니다.


네, 저는 약간 두려웠는지도 모릅니다. 아들이 제가 할 수 없는 것을 해내는 것이, 제 짐작보다 두 배 세 배로 커버린 것을 확인하는 것이, 그리고 그것을 기꺼이 받아들여야함이 두려웠습니다. 아이가 뭐든 스스로 할 수 있는 날이 오기만을 기다렸던 쌍둥이 엄마는 정작 그 날이 오자 덜컥 겁부터 먹어버렸습니다. 손에 쥐는 것만큼 떠나보내는 것 또한 결심과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면서요.


바이킹에서 내린 아들이 두 팔 벌려 저에게 달려옵니다.


"엄마! 엄마! 내가 저 위까지 올라가는 거 봤어?"


바람에 날리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엄마를 떠나지마'

라는 메시지를 손끝에 담고 있는 제가 어리석게도, 애처롭게도 느껴졌습니다.


결코 동시에 이룰 수 없는 두 가지 마음을 두 팔 가득 담아 아이를 꼭 끌어안았습니다. 저는 아이가 떠나기를 바랍니다. 자신의 힘으로 우뚝 서기를 바랍니다. 아니, 저는 아이가 저를 떠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어느 날 갑자기 이렇게 컸다는 걸, 불시에 확인시켜주는 건 반칙이지 않나요.

아니요, 아닙니다. 이건 욕심입니다.

우리 엄마가 저를 놓지 않아 제가 괴로워했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엄마는 아이를 놓아주어야 합니다. 엄마와 아이는 별개의 존재입니다.

엄마가 아이를 기꺼이 놓아주어야 엄마도 아이도 자신만의 인생을 더 멋지게 가꿀 수 있다는 것, 제가 이미 경험한 일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차례가 되니 쉽지 않네요.

앞으로 놓아주어야 할 일이 더 많아질텐데.

저에게 놓을 수 있는 용기가 생기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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