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애란 <바깥은 여름>'을 읽고
그에게 모어란 호흡이고, 생각이고, 문신이라 갑자기 그걸 '안 하고 싶어 졌다'라고 해서 쉽게 지우거나 그만둘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는 말과 헤어지는 데 실패했다. 그렇다고 말과 잘 사귄 것도 아니었다. 말을 안 해도 외롭고, 말을 하면 더 외로운 날들이 이어졌다. 그는 자기 삶의 대부분을 온통 말을 그리워하는 데 썼다. 혼자 하는 말이 아닌 둘이 하는 말, 셋이 하면 더 좋고, 다섯이 나누면 훨씬 신날 말, 시끄럽고 쓸데없는 말. 유혹하고, 속이고, 농담하고, 화내고, 다독이고, 비난하고, 변명하고, 호소하는 그런 말들을...... 그는 언제고 자유롭게 나를 부리고 싶어 했다. 그리고 내 이름의 메아리와 그 메아리의 메아리가 만들어내는 오목한 자장 안에 우뚝 서고 싶어 했다. 단지 그 소박한 바람 때문에 그는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느낌을 자주 받았다. 소리를 표현하고, 맛을 그리고, 색을 분별하며 감정을 가리키는 그 풍부한 어휘들을 죽어서도 잊지 못할 거라고., 그는 죽어서도 생각했다. 그는 짐승처럼 "크허, 흐어어, 흐억" 소리밖에 내지 못했지만 순간 나는 그가 부른 이름이 내 이름이었다는 걸 알았다.
<바깥은 여름> '침묵의 미래'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