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균치의 인간이 될 수 없어요

'토드 로즈 <평균의 종말>'을 읽고

by 하얀밤
평균적인 조종사 같은 것은 없었다.
평균적인 조종사에게 맞는 조종석을 설계해 봐야 어느 누구에게도 맞지 않는 조종석을 설계하는 셈이었다.

-토드 로즈 <평균의 종말>


토드 로즈가 이 책의 첫 부분에 배치한 비행기 조종석 이야기는 이 책을 끝까지 읽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값비싼 전투기와 잘 훈련된 조종사를 잃지 않기 위해 모두에게 맞는 조종석을 설계하려고 조종사들의 신체 치수를 평균 내었으나 막상 평균치에 해당하는 신체를 가진 조종사는 0명이었다는 이야기입니다. '평균적인 조종사 같은 것은 없었다'는 결론이 이 책의 제목이자 주제인 '평균의 종말'을 대변합니다.


그는 평균이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인위적인 것이며 자연스러운 인간의 삶과 관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강요되는 굉장히 폭력적인 개념이라고 일관성 있게 주장합니다.

평균의 시대, 다시 말해 1840년대 케틀레의 사회물리학적 착안에서 비롯돼 오늘날까지 이어져온 그런 문화적 시대를 특징짓자면 사회의 거의 모든 일원들이 무의식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2가지 가정을 꼽을 만하다.
바로 케틀레의 평균적 인간 개념과 골턴의 계층 개념이다. 케틀레가 그러했듯 우리 모두도 평균이 정상을 판단하는 믿을 만한 기준이라고 믿게 됐다. 특히 신체 건강, 정신 건강, 성격, 경제적 지위와 관련해서 유독 그런 믿음이 강하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성과라는 편협한 기준에 따른 개개인의 계층이 개개인의 재능을 판단하는 유용한 도구라는 믿음도 갖게 됐다.
이 2가지 개념이 현재 전 세계의 교육 시스템, 대다수의 채용 관행, 상당수 직원 업무 평가 시스템 이면에서 구성 원칙으로 작용하고 있다.

-토드 로즈 <평균의 종말>


저자는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여 평균이 허상임을 증명하는 수많은 실험 결과와 사례를 보여줍니다. 이를 토대로 개개인의 특성을 고려하는 것이 모든 삶의 장면에서 상식이 되는 사회가 와야 하는 이유를 책의 마지막까지 설파합니다. 그의 글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살면서 가졌던 불안, 불만, 지나친 긴장 등이 인간의 자연스러움을 거스르는 '평균에 맞는 모습'에서 한 술 더 떠 '평균보다 더 상위의 모습'으로 살기 위해 아등바등했던 결과임을 새삼 확인하게 됩니다.


개개인의 과학이 내세우는 주된 가정은 뭘까?
개개인성이 중요하다는 신념이다.
즉 개개인은 오류가 아니며 개개인을 (재능, 지능, 인성, 성격 같은) 가장 중시되는 인간 자질에 따라 단 하나의 점수로 전락시켜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

-토드 로즈 <평균의 종말>
인간의 발달은 (생물학적 발달이든, 혹은 정신적·도덕적·직업적 등등의 발달이든) 그 종류를 막론하고 단 하나의 정상적인 경로라는 것이 없다.

-토드 로즈 <평균의 종말>


그의 주장은 자연스럽게 평균보다는 한 사람 한 사람의 개개인성에 맞추어야 한다는 쪽으로 흘러갑니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묘한 이질감을 느꼈습니다.

저자의 생각에 결코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 부분을 찾기 위해 저자의 생각과 저의 생각을 찬찬히 메모해 봤습니다.


■ 저자 토드 로즈의 생각

개인에 맞는 상황적 맥락이 있다.
그러므로 개개인성이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개개인성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상황적 맥락과
자신의 진로에 도움이 되는 길(자격증 취득 등)이 세상에 있다.
경험을 통해 깨달은 자신의 개개인성을 바탕으로 자신에게 적절한 맥락을 찾고,
적절한 진로를 탐색하야 한다.
이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아는 것과 병행된다.


■ 나의 생각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먼저 알아내야 한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타인에 의해 강요되었으나 내 것이라 믿고 있는 욕망과
진짜 내 욕망이 무엇인지를 구별할 줄 아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나에게 맞는 상황적 맥락을 선택하고,
그에 맞는 배움의 과정이 있다면 선택해야 한다.



생각의 차이가 느껴지시나요?

저자가 말하는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을 굳이 귀납으로 분류한다면 제 생각은 연역에 가깝습니다.

저자는 자신에게 맞는 상황적 맥락, 예를 들어 수학의 분수는 잘하지만 소수에서는 어려움을 느끼는 등의 세세한 맥락까지 알아내는 과정을 거치면서 자신에 대해 알아가라고 합니다. 저에겐 너무 좌충우돌하는 상황처럼 보입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잔인한 책제목이 떠오르네요.

굳이 아프게 흔들리며 자신을 알아가야 하나요?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에게나 절실합니다. 그러니 온갖 심리테스트가 난무하고 MBTI도 유행하는 거겠죠. 4가지 기준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MBTI는 개인의 성향은 알려줄 수 있지만 '그래서 나보고 어떻게 살라고?'에 대한 답은 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그런 점에서 WPI 검사결과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https://brunch.co.kr/@loveyaam/58


생각의 차이는 있으나, 남들과 다른 자기 고유의 모습을 파악하는 것이 삶의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데서는 저자와 의견이 일치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필사 후 형광펜까지 그은 문구를 옮겨볼까 합니다.


우리는 흔히 어떤 특정 목표에 이르는 경로는 (그 목표가 읽기 습득이든 최고 실력의 운동선수든 회사의 운영이든 간에) 저 밖의 어딘가에 있다고 생각한다.
앞서 걸어갔던 여행자들이 닦아놓은 숲 속의 보행로 같은 경로가 있다고 여기며 삶에서 성공하는 최선의 길은 그런 잘 닦인 보행로를 따라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경로의 원칙은 우리에게 다른 얘기를 전해준다.
우리는 어떤 경우든 자신만의 경로를 처음으로 내고 그 길을 닦으며 나아가는 것이라고.
우리가 내리는 모든 결정이나 우리가 겪는 모든 일에 따라 매번 우리에게 주어지는 가능성에 변화가 생기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다고.

-토드 로즈 <평균의 종말>


또 불현듯 BTS의 노래가사가 떠오릅니다.

<For Youth>라는 곡의 일부분입니다.

'우리가 걷는 이 길이 모두 다 길이 될 테니'


작가가 BTS와 만났던 건 아니겠지요? :)


성공을 이뤄낸 사람들이 입을 모아 같은 이야기를 할 때 전율을 느낍니다.

소중한 삶의 비밀을 전수받은 것 같아서요.

저도 제가 걸은 길로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고 싶습니다.

평균적인 삶을 살고 싶지 않은

누군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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