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으로 만나는 지점

2023.4.14.

by 하얀밤


외부 인사들과 함께하는 회의가

긴 시간 동안 진행되었다.

작년부터 내부 위원으로 연임 중인 나는

안건에 대한 논의가 오고 가는 동안

올해 새로 바뀐 외부 인사들을 찬찬히 훑어봤다.


기존에 있던 사람들은 흠흠 거리며

나 여기 처음 아니야 라는 메시지를 보내느라 바빴고

새로 임명된 사람들은 손을 모아 쥐거나

괜히 안건이 빼곡히 적힌 자료를 뒤적거리며

집중하고 있다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었다.


눈을 이리 돌리면

누군가의 긴장이 보이고

눈을 저리 돌리면

누군가의 머쓱함이 보이고

고개를 들면

팔짱 가득 찬 불만이 보였다.


그들은 오늘을 위해 준비한

명품 가방과 굵은 목걸이와

반듯하게 다림질된 옷을 입고 있었으나

이리저리 뛰는 마음을 다잡느라

애쓰고 있었다.


나이가 들면서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게 된 것은

모두가 여린 부분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 또한 여린 부분을 감추고 있기 때문에

그들이 느끼고 있을 초조함 같은

감춰진 감정이 쉬이 짐작되어서

기관의 장 같은 높은 직위의 사람도

젊은 시절엔 옆을 스치기만 해도 부담스러웠을 사람도

이제는 그냥 한 '사람'으로 보일 때가 많다.


내가 '사람'으로 대하며 다가가면 그들은

나에게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나면

나이도

직위도

잊는 지점이 온다.


나는 그 지점을 사랑한다.


처음 보는 사람이나 익숙한 사람이나

젊은 사람이나 나이 든 사람이나

나보다 직위가 낮은 사람이나 높은 사람이나

모두 내 자아의 연장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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