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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미선 Jan 15. 2018

기적수업 13과

두려움은 왜 이렇게 큰거지?

제 13 과
의미 없는 세상이 두려움을 일으킨다

내가 보는 세상은 의미가 없다고 기적수업은 말한다. 오늘은 그 의미없는 세상에 완전히 속아넘어간 날이다.


무비나이트 갈 준비를 하며 오늘 좀 일찍 가자고 먼저 말한 조나단. 그에 맞춰 난 준비를 다 했는데 얘는 갑자기 컴퓨터를 켜고 명함을 주문한다. 그냥 주문만 하는 게 아니라 그 과정에서 또 한참을 고민하는 사이 일찍 도착할 수 있는 시간은 이미 지났다.


갑자기 분노가 올라온다. 늘 이런 식이다. 늘 모임에 늦는 게 습관이 됐다. 그나마 나랑 내기 약속을 한 이후로는 한번밖에 늦지 않았지만 늘 간당간당하게 도착하는 그게 너무 싫다는 생각이 올라온다.


운전하고 가는 동안 조나단은 자기가 그렇게 자기생각만 할 때가 있다고, 준비 다하고 기다리고 있는 나를 무시한 이기적 행동이었다고 사과하는데 괜찮다고 했다. 절반 정도는 정말 괜찮았다. 그건 어차피 조나단의 생활습관이고, 내 반응은 내 책임이므로 조나단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나머지 절반은 괜찮지 않았다. 계속해서 짜증의 에너지가 올라오고 있었다.


서렌더 하우스에 도착해서 나는 명상 룸에 들어가 자리잡고 앉았는데 얘는 거실에 가서 신나게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 사이 내 옆에는 낯선 사람이 와서 앉았다. 그 순간 또 엄청 짜증이 났다. 여기 모임에 오는 커플들은 하나같이 다정하다. 물론 그들의 실생활은 알지 못하지만 최소한 커플이 떨어져 앉는 경우는 없다. 근데 조나단은 거의 따로 앉는다. 나는 그게 또 속상하다.


명상하는 동안 좀 진정이 되었는데 명상 후 조나단은 끝나자마자 밖으로 나가 사람들과 희희낙락이다. 적어도 내가 어떤지 살피는 정도의 배려도 없다. 부정성이 한껏 올라온 나는 견딜 수가 없다. 조나단이게 가서 나 먼저 집에 갈테니 다른 사람 차를 얻어타고 오라고 말한다.


조나단은 맨발로 뛰쳐나와 뭐가 문제냐고 묻는다. 나는 내가 화날 때마다 뭐가 문제냐고 물으면 화가 증폭된다. 그 얘길 여러 번 조나단에게 했지만, 내가 그 말에 화가 나는 게 자동적이듯 조나단도 아마 자동적으로 그 말이 나올 것이다. 하물며 호킨스 박사님고 수잔여사에게 그러셨다는데...


우리 차 뒤에 모르는 차가 있어 나는 그냥 걸어가겠다고 한다. 전에도 한번 화나서 걸어본 적이 있었다. 그러나 오늘은 달랐다. 그때는 여름이었지만 오늘은 겨울. 물론 아주 추운 건 아니지만 오늘따라 가디건 하나 걸치고 나온 내게는 칼바람이다. 게다가 완전 깜깜하다. 휴대전화 전등으로 비추며 걷는데 너무 서럽다. 3시간을 걷는 동안 나는 혼자 결론을 내렸다. 나는 좀 더 나은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다. 어떤 남자가 자기 아내를 그 추위에 그 어둠에 3시간을 걸어가게 할까. 이건 조나단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완벽한 증거다.


그리고 집에 거의 같이 도착해서 나는 내가 내린 결론을 말했다. 몇 번 홧김에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지만, 조나단도 나도 그게 진심이 아니라는 걸 알아서 심각한 적은 없었다. 그런데 오늘은 진짜 심각하다. 내가 완전 진지했기 때문이다. 화를 내지 않고 말을 했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그 모든 감정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치는 동안 오늘의 레슨을 전혀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건 내가 완전 감정에 압도된 상태였다는 것이다. 내가 본 그 모든 일련의 상황, 즉 의미 없는 세상이 내게 사랑을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끼게 한 것이다.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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